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선 결과 발표’에서 후보자로 확정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다음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선출했다. 유죄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해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자가 같은 곳에 다시 출마하게 된 셈으로, 당내에서도 “내로남불”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과 김진선 전 강서병 당협위원장,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을 놓고 지난 15~16일 당원 조사와 강서구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각각 50%씩 반영한 결과, 김 전 구청장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고 7일 발표했다. 후보자별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천은 18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김 전 구청장은, 2017년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감찰 무마 의혹 등을 2018~2019년 연이어 폭로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비위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로 지난 5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구청장직을 잃었다.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행위를 “공익신고”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범행 동기가 좋지 않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석달 만인 지난 8·15 광복절 특사로 그를 사면해 보궐선거 출마 길을 터줬다.
김 전 구청장은 이날 후보에 선출된 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에 “‘조국이 유죄면 저는 무죄’라는 생각에 많은 분이 공감하신다”고 답하고, “오로지 민생에 집중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 의원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 원인을 초래한) 민주당이 후보를 낸 점을 당에서 비판하지 않았나.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면 국민께 ‘내로남불’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법원에서 범죄가 확정된 당사자를 다시 출마시키는, 상식을 벗어난 작태”라며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강서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한 상태다. 정의당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인 권수정 전 서울시의원을, 진보당은 한의사인 권혜인 당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각각 이곳에 공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윤석열 정권의 퇴행과 민주주의 파괴를 멈춰 세우는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반드시 승리해 민생을 내팽개친 민주당, 국민을 기만하는 민주당을 심판할 것”(강민국 수석대변인, 17일)이라고 밝히는 등 여야는 총력전 태세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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