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19년 선포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보여주며 “1948년 건국론은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반헌법적 주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종찬 광복회장이 25일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관해 “독립운동가들은 해방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러시아든 미국이든 도움을 받고자 했다. 공산당이라고 뒤집어씌우면 우리 손해만 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강성 보수 쪽의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주장에 관해서는 “헌법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육사의 홍 장군 흉상 이전에 관해 “요새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고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당시) 공산당에 가입한 사람은 진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독립운동 방편으로 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20년 당시 미국 신문 뉴욕트리뷴 기사를 언급하면서 “당시 기사에 한국 국민은 독립만이 목적이다. 그렇기에 일본하고 반대되기만 하면 소련하고도 친하고 다 친했다고 돼 있다.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볼셰비키를 받은 것은 노선을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다.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에서 나라 해방 시킨다는 목적 하나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회장은 “(홍 장군) 흉상을 세울 때 내가 참여했다”며 “육사에서 홍 장군 흉상을 이전한다기에 내가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며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라고 배척하면 카자흐스탄의 50만 동포도 모두 다 배척해야 한다”며 “그런 어리석은 짓을 우리가 왜 해야 하나. 이제는 다 가슴에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최근 육사의 전신을 신흥무관학교가 아닌 국방경비사관학교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일본놈 잔재가 모여서 만든 조선경비대가 군의 원조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에 너무 무지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뉴라이트 등 강성 보수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아닌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에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돼 있다”며 “이번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는 분들을 보니까, 대법원장 한다고, 장관 한다고 청문회 나온 분들이 헌법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앞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한민국이 언제 건국됐느냐”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1948년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배운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48년 건국을 기준으로) 건국 60주년이라고 했다가 당시 광복회장에게 사과한 일이 있다고 언급한 뒤 “이번에 유 장관 후보자에게 편지를 보내 ‘건국 60주년’이라고 주장한 잘못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다시 저지르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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