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30일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오른쪽) 할아버지가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판결금 공탁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불복 절차를 밟고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내년도 관련 예산으로 4억2천만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원재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원재단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판결금을 지급하는 업무 수행을 위해 2024년도 예산 4억2천만원을 신청했다. 앞서 지원재단은 일본 기업 대신 정부가 배상하는 제3자 변제를 거부한 피해자와 유족들을 상대로 법원에 판결금을 공탁해 변제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하지만 모든 법원이 “당사자가 원치 않는 제3자 변제는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지원재단의 공탁을 불수리했다. 외교부와 지원재단은 이에 불복해 12건의 항고심을 진행하고 있고, 대법원까지 다퉈볼 계획이다. 이번에 신청한 예산은 이같은 재판에 대응하고, 관련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데 쓰겠다는 비용이다.
지원재단은 4억2천만원 중 2억원을 법률 자문료와 소송비 등에 지출할 계획이다.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과 바른에 지급해야 할 비용이기도 하다. 두 법무법인은 법원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따른 이의신청 사건 및 현재의 항고심 12건에 대응하고 있다. 나머지 2억2천만원은 공탁 업무를 위해 지원재단이 만든 ‘기금관리단 티에프(TF)’ 운영비로, 사무실 임차료와 출장비, 사업추진비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외교부는 지난 3월 제3자 변제를 뼈대로 한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기 앞서 법무법인 세종에서 받은 법률 자문의 대가로 341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법을 발표한 뒤 외교부는 “제3자 변제 공탁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세한 자문 내용과 여기 수반된 예산은 비공개에 부쳐왔다.
조정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 박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국감 직후 열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강제동원 관련 소송 대응 예산이 전액 삭감 되도록 당내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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