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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5곳 중 4곳 “정부 강제동원 ‘제3자 변제 공탁’ 불가”

등록 2023-08-27 09:34수정 2023-08-27 19:53

법조계 “이례적 사건”…결국 대법원서 판단 가능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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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유족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방식으로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을 조속히 매듭지으려 했지만, 법원의 잇단 기각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공탁이란 채무자가 채권자가 아닌 법원에 돈을 맡겨 빚을 갚는 제도다. 정부는 항고 등 법적 절차를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법원 공탁관의 배상금 제3자 공탁 불수리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은 모두 9건(5개 법원)이다. 5개 법원 가운데 4곳(7건)은 재판을 거쳐 정부의 이의신청을 기각했으며, 현재 평택지원(2건) 1곳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정부의 이의 신청을 기각한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21단독 신성욱 판사는 결정문에서 “가해 기업이 불법 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청인(재단)이 제3자 변제를 통해 이 사건 판결금을 변제한 뒤 가해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8월14일부터 잇따라 내려진 법원의 이의신청 기각 결정에 재단은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항고심(2심)에서도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재단은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결국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채권자인 피해자들이 일본 가해기업의 직접 배상을 원하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 대한 법 규정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본 메이지 민법을 받아들여 제정된 우리 민법 469조 2항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 의사에 반해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채권자’이므로 이 규정의 직접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재 일본 민법에는 “상환에 정당한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는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상환할 수 없다”는 규정이 생긴 상태다.

그동안 법원은 민법 제469조 제1항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제3자 변제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공탁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계약에 따른 채권이 아니라 이번 사건과 같은 ‘불법행위에 의한 법정채권'에도 1항이 적용되는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어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워낙 이례적 사건이라 3자 변제공탁 관련 법리들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신임 대법원장의 임기에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법원 내 대표적인 ‘지일파’ ‘일본통’으로 분류되는 이균용(61)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강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며,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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