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귀국한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과 1, 2차장을 일괄 교체한 것은 내부 인사 갈등과 알력 다툼 등에 대한 문책성 조처로 해석된다. 수뇌부 전원을 교체하는 강수를 두면서 대통령실 중심으로 국정원 내부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뜻이 담긴 인사로 보인다.
국정원 내홍의 시작은 지난 6월 국정원 1급 인사가 번복되는 초유의 인사 파동이었다. 당시 미국 워싱턴, 뉴욕 등 해외 각 주요 거점장이 국내 소환된 상황이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됐다. 이후 김규현 원장의 측근으로 비서실장 출신인 ㄱ씨가 인사 전횡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김 원장의 교체 여부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왔으나 윤 대통령은 그를 교체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인사 파동 뒤인 지난 6월28일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하며 김 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달 초 내홍은 다시 불거졌다. 인사 파동 당시 경질됐던 ㄱ씨가 여전히 인사에 개입했다는 설이 돌면서 대통령실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권춘택 1차장이 기업 관련 비위 문제로 직무 감찰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노출됐다. 김 원장이 이달 윤 대통령의 외국 방문 중에 핵심 보직인 인사기획관을 의원면직 형식으로 교체한 것도 ‘경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영국, 프랑스 순방 귀국 당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국정원 수뇌부 3인을 교체한 것은, 내부 알력과 갈등을 더는 놔둘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 전체를 교체하지 않는 한 이미 지도력을 상실한 김규현 원장 체제로는 내홍 노출을 막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보다 양쪽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장이 조직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것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 국정원장 후보로는 김용현 경호처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맡았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통령실은 연내 인선을 목표로 국정원장 후임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해외 정보를 책임지는 1차장 자리에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육사 출신 홍장원 전 영국 공사를 임명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한·미 정보 공조와 정보력 강화 등 우선적 목표가 달성됐다”며 “(1차장의 경우) 북한 도발 상황 등을 고려해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