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에서 본회의 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의총에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주장이 분출하면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주장과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보고된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열린 이날 의총에서는 28명의 의원이 2시간30분가량 발언했다.
토론에서는 지도부 등을 중심으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 의원들은 소수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우리는 맨주먹으로 싸우자고 제안했는데 저쪽은 총을 들고 있다. 내가 무기를 버리면 우리 가족이 다 죽는다”며 “총선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대선에 이기는 것에 집중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의총 뒤 한겨레에 “연동형은 선이고 병립형은 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가 원내 1당과 과반 의석을 뺏기면 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을 경우, 총선에서 20~35석가량 민주당이 패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돌았다.
반면 ‘연동형’을 주장한 의원들은 민주당이 애초 약속을 뒤집고 병립형 회귀를 택할 경우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잃게 된다’고 맞섰다. 김종민 의원은 “민심을 얻는 길은 병립형으로 후퇴하는 게 아니라 (준연동형제 유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번과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으면서 국민에게 심판을 받고 혼도 났는데, 그렇게 혼나고도 정신을 못 차리면 민주당에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의석이 아쉬워 병립형으로 회귀하겠다는 꼼수를 부린다면 우리가 어떻게 다수 의석이 돼야 한다고 국민께 호소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발언을 하지 않은 채 토론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위성정당 창당 또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후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대선 후보 시절에는 “위성정당 방지법을 시작으로 정치개혁의 고삐를 조이겠다”고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주장하는 이탄희 의원은 의총에서 이 대표를 향해 “당대표가 입장을 밝힐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밝히지 않았다.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입장을 보면 (연동형과 병립형 주장이) 반반이었다”며 “의원총회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더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그보다 모자랄 경우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현행 방식. 정당득표율이 10%라면 총 의석수(현행 300석)의 10%인 30석을 배분받는데, 지역구 선거에서 20석밖에 얻지 못했다면 모자란 10석의 절반인 5석을 비례대표로 채움.(연동형은 10석을 모두 채움) 2020년 총선 때 도입.
■ 병립형 비례대표제: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 2016년 총선까지 시행.
■ 위성정당: 연동형 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치로 얻으려고 각 정당이 별도로 만드는 정당.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위성정당을 창당해, 두 당이 전체 비례의석의 약 77%(미래통합당 19석, 민주당 17석)를 차지했다. 임재우 이우연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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