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이번 총선은 거악과의 경쟁”이라며 “저는 여러 거악이 있다고 보는데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건 대통령 아닐까. 대통령은 정치를 너무 얕잡아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 전 대표.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와 갈등을 빚다가 2021년 12월 ‘울산 회동’과 2022년 1월 당 의원총회 등 두차례 ‘극적 화해’를 하며 대선을 승리로 마무리한 적 있다. 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온 이 전 대표를 두고 여전히 국민의힘 안팎에 ‘끝까지 봐야 한다’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1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양치기 소년’ 우화까지 언급하며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정치 입문 12주년인 오는 27일을 탈당 선언일로 예고해온 그는, 탈당 선언 장소는 국회 소통관이 될 것이며 총선 공천 시스템까지 만들고 있다면서 강력한 신당 창당 의지를 보였다.
―27일 탈당 선언은 정해졌나?
“다 준비하고 있고, 탈당 선언문을 쓰고 있다.”
―신당의 모토는?
“윤석열 정부가 침해하는 자유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가 창당 취지다. 여러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얘기하려 한다.”
―신당 준비는 얼마나 되었나?
“공천 서류 관리를 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 온라인성을 강화하기 위해 당원 커뮤니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극적으로 화해했던 기억들이 강하게 남아 있는데.
“그때는 내가 당대표니까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노력을 해야지 해서 한 거지, 윤 대통령이 뭐가 바뀌었나. 바뀐다고 하고, 안 바뀌고, 사기 친 것이다. 제 입장에서 지금 봤을 때 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한들 믿을 이유가 있나. 그때와 비교하는 건 망상에 가깝다. 그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번에도 극적으로 만날 수도 있지 않나?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나. 양치기 소년이 무서운 게, 신용이 사라지면 그다음에 진짜 늑대가 와도 어쩔 수 없다는 거다.”
―권한을 나눠주면 당에 남을 것처럼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당에서) 제안 온 것은 밝히지 않겠지만, ‘패전처리 투수’ 하라는 이상한 제안이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새로운선택’과 연대 가능성은?
“이번 선거가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의 주전장이 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더 큰 거악과의 경쟁이다. 반윤(반윤석열) 구호로 신당 하는 게 이상한 것처럼, 젠더만으로 가는 것도 이상하다. 그것보다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거악이 대통령인가?
“저는 여러 거악이 있다고 보는데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건 대통령 아닐까. 대통령은 정치를 너무 얕잡아본다. 어느 회사 사장이 다른 회사랑 경쟁할 때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홍보해야지, 다른 사장을 감옥에 넣는 게 목표인 게 어딨느냐. 이건 굉장히 잘못됐다.”
―탈당 메시지에는 ‘자유’가 주로 담기는 건가?
“자유는 윤 대통령이 많이 얘기하고 오염시켜서 자유란 단어를 쓸지 모르겠다. (대선 때) 당 입장을 정해서 ‘우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언론사 입을 막겠다는 건 어느 나라 발상이냐’고 했는데, 윤 대통령은 문화방송 기자가 물으니 ‘언론이 잘못 쓰면 망할 때까지 징벌해야 한다’고 해서 불안했다. 그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노란봉투법도 ‘노조가 노조 활동하는 데 문제가 있어서 손해배상할 일이 있으면 망할 때까지 물려야지’ 이런 생각이다. 자유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언론자유 침해하고 노동쟁의권 침해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가 아니다. 제가 지향하는 따뜻한 보수는 외적에 대항할 땐 단호하게 해도, 우리 국민 권리 지키는 건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이 분은 자유랑 거리가 멀다.”
―금태섭 전 의원, 류호정 의원과 함께할 수 있나?
“그분들과 함께 신당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준석을 저주하고 있다. ‘이준석이 죽어야 내가 올라간다’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 당에 갈 생각은 없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때가 되면 이 전 대표를 만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이 전 총리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는 건 고민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다만 그분이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생각이 있는지는 궁금하다. 얘기할 수 있다. 한참 후배 정치인으로 그분에게 압박할 수도 없다. 고민 끝나시면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신당에 함께 하나
“압박하지 않고 있다. 먼저 (같이 할지)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상식적인 면에서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창당에 영향을 미치나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는 창당과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면 ‘조국 신당’ 등 다 나오는데, 권역별 병립형으로 가면, 저나 이낙연 전 총리 신당 정도 나올 것이다. 그럼 오히려 더 정리가 된다.”
―국민의힘(현재 111석)의 내년 총선 성적 전망은?
“서울에서 6석이라는 당 분석이 있지만, 그건 강서구청장 보선과 엑스포 유치 실패가 반영 안 된 수치다. 지금대로 가면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83~87석 얻을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정확히 무슨 희생을 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 자기 딴에는 희생인데 아무도 신경 안 쓴다.”
―김 대표를 만날 건가?
“최종 결심 전 한번은 만나볼 것이다. 빠르면 이번주에. 그게 당에 대한 마지막 고언일지, 어떤 의미일지는 모르겠다. 그 만남은 거래나 자질구레한 협상의 성격은 아닐 것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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