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국회 앞 이태원참사특별법제정 촉구 농성장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엔 민주당의 시간과 스케줄이 있다. 때로 전략적 인내도 필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1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쇄신 요구가 쏟아지는데 이 대표가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수세적 태도에 머물고 있단 일각의 지적에 지금은 “전략적 인내의 시간”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 대표 쪽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등 ‘쌍특검법’을 처리할 오는 28일 본회의 이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특검 정국을 ‘야당의 시간’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쌍특검과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유능함을 보이느냐가 총선 전략의 핵심”이라며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지 않은 야당으로선 선거 국면으로 빨리 넘어가는 게 유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모든 패를 동원해 승리를 도모하지 않고 쌍특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도층을 끌어오기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기대하는 ‘반사이익 정치’에 그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분당 사태 등으로 리더십의 위기를 맞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대표)은 직접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며 정치력을 검증했다. 당장 이 대표가 차례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20일)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28일)를 만나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통합의 지도력을 가늠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총리가 최근 ‘선거제 후퇴’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 우려를 표명했고 정 전 총리도 ‘당내 민주주의 실종’에 대해 비판한 걸로 전해진 만큼, 이 대표가 회동에서 의미 있는 답을 내놔야 한다는 게 두 전직 총리 쪽의 분위기다.
이 대표가 선거제 문제에 태도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선거제 관련 의원총회에 불참하는 등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갈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더 나은 정치 교체를 위해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새로운 정치로 가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미 당 안에서는 이탄희 의원이 지난 13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을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대표가 ‘원칙’을 버릴 경우 상당한 역풍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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