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탈당 비판…“분열은 민주 진영 승리 길 아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정치가 각자의 사활에만 몰두하며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김종민·이원욱·조응천 등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에 이어 이 전 총리도 탈당하면서 총선을 석달 남겨두고 야권 분열이 본격화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검찰독재’와 ‘방탄’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여야는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도,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묶여 야당 구실을 못 하기 때문에 탈당을 택했다는 취지다.
이 전 총리는 신당 창당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극한의 진영 대결을 뛰어넘어 국가 과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원칙과 상식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원칙과 상식이 창당 계획을 밝히고 나면, 이 전 총리가 다음주 중 이에 합류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개혁신당’(가칭)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하는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저녁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과거 당대표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원칙을 깬 부분에 관해서는 사과했다. 2000년 민주당에 입당한 뒤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당대표, 국무총리를 두루 지낸 그는 2020년 총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당의 위성정당 창당 결정에 동의한 점, 당대표였던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점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전 총리의 탈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탈당과 분열은 민주 진영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지원 umkija@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