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 민원’ 눈감은 윤 대통령, 되레 문제제기한 위원들 해촉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김유진·옥시찬 방송통신심의위원 해촉 건의안을 재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여권 추천 위원들 주도로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관련 문제를 제기한 두 위원의 해촉 건의안을 의결한 지 닷새 만이다. 4월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방심위가 여권 몫 위원 일방 다수 구도로 바뀌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김유진·옥시찬 방심위원 해촉 건의안을 재가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 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지난달 불거진 뒤 진상규명과 류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 12일 비공개 임시 전체회의를 소집해 김·옥 위원에 대한 해촉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옥 위원은 지난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 도중 ‘청부 민원’ 관련 발언을 하다 류 위원장에게 욕설하고 서류를 던졌다는 점이, 김 위원은 ‘청부 민원’ 안건 관련 정보를 언론에 전달하고 9일 소위에서 의사진행발언으로 심의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해촉 구실이 됐다.

두 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몫으로 추천받은 위원들이다. 이로써 방심위는 여야 추천 위원 수가 4 대 1로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 9월 정민영 위원이 해촉된 뒤 이번에 김·옥 위원까지 해촉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야권 방심위원은 5명에 이르게 됐다.

대통령 추천 몫인 김·옥 위원 후임을 윤 대통령이 임명하면 총 9명의 방심위 구도는 6 대 1의 압도적 여권 우세 구도가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이르면 이번주 안에 새 위원을 위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야권 추천 방심위원 해촉은 부도덕한 방심위의 ‘불법 청부 민원’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옹호한 것”이라며 “윤 정권의 언론 장악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