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주관 범정부차원 실무팀 구성
선거전 김현희씨와 압송·홍보 계획세워
선거전 김현희씨와 압송·홍보 계획세워
국정원 진실위 발표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이 일어나자 안기부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범인 김현희씨를 대통령 선거 전에 국내로 압송해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등 이 사건을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치밀한 작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진실위·위원장 오충일)는 1일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과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등 옛 안기부의 조작의혹 사건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진실위가 확인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 문건에는 “국민들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고취함으로써 ‘대선 사업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김현희씨를 데려오는 시점에 맞춰 전국적인 집회와 언론기관을 총동원한 홍보 계획도 세웠다.
안기부 주관으로 내무·국방·문교·문공·상공·교통부, 서울시, 치안본부, 반공연맹 등이 ‘태스크 포스’를 설치해 운영한 것은 물론, 심지어 사건 수습을 위해 구성된 ‘대한항공기 실종사고 정부 실무대책반’도 이 사건의 정치적 활용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두달 가량 앞두고 발표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에서도 안기부는 구체적 증거 없이 “간첩단과 관련된 정치인에 대한 많은 단서와 첩보를 보유하고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가, 대선 뒤 작성한 내부문건에서는 “야당을 계속 위축·견제할 수 있어 정국 운영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며 관련자 조사를 유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이들 사건의 정치적 이용을 주도한 책임자를 가리기 위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과거사위가 1년6개월의 조사기간에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현희씨 등을 만나보지도 못한 것을 두고서 ‘반쪽 조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858기 가족회’와 ‘대한한공 858기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공동 성명을 내어 “사건 당사자라고 하는 김현희씨에 대한 단 한차례의 조사도 하지 못한 채 나온 조사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기관이 확실한 증거도 찾지 못하고 마땅히 해야 할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정황과 추측만으로 결과를 내놓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용현 이순혁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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