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주요 분야에 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찬반 의견
찬 “공세적 태도 취하자”
반 “최대한 시간 끌자”
반 “최대한 시간 끌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정면으로’ 붙었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날 마련한 ‘한-미 에프티에이 토론회’에서 여당의 찬성·반대파 의원들은 뜨거운 맞장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여당 안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를 생산적으로 공론화하는 사실상의 첫 자리로 평가된다.
찬성파 의원들은 한-미 에프티에이가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적극적인 활용론을 폈다. 반면, 반대파 의원들은 낮은 수준의 전략을 내걸고 장기협상 구도로 이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 분야 토론자로 나선 김태년 의원은 “에프티에이로 대미 무역수지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토론에 나선 유승희 의원은 “이익이 가장 크다는 자동차산업에서도 미국산 소형자동차의 수입 증가와 미국을 통한 일본산 자동차의 우회수출 등으로 이익이 아닌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맞섰다.
가장 큰 쟁점인 서비스 분야에서 강기정 의원은 “한국의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낮은 만큼, 오히려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미국의 경쟁력있는 자본과 기술 그리고 인력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으며, 열린우리당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미간 5차 협상이 끝나는 12월께 정확한 당론을 정하자는 ‘조기 당론화’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임종인 의원은 “미국으로서는 에프티에이 협상을 하자는 한국의 제의로 ‘싱싱한’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데, 한-미 에프티에이는 아이엠에프 10개가 한꺼번에 오는 충격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에프티에이는 사실상 한-미 경제통합 협정”이라며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지지하고,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반대한다는 사실만 봐도 우리가 이를 찬성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지막 순서에서 이상민 의원과 우제창 의원은 ‘에프티에이의 정치학’으로 맞붙었다. 이 의원은 “임기 말의, 지지율 10%대의 정부가 이를 추진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도발적으로 발언한 뒤, “당장 협상을 중단해야 하지만, 안 되면 최대한 시간을 끌어서 국내의 이해관계 조정이 끝날 때까지 협상을 끌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계층간 이해관계 충돌의 조정에 실패했는데, 과거보다 더 많은 갈등을 만들어낼 소지가 있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다.
이에 맞서 우 의원은 국제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에프티에이가 동아시아에서 정치적으로 일본과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며 “미국 역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점을 100%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자는 미국내 공화당 쪽의 ‘황화론’을 역이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여 일본과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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