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교안보 라인 색깔은
노무현 정부 ‘기조 유지’ 뜻
노무현 정부 ‘기조 유지’ 뜻
‘대미, 대북 정책의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1일 청와대가 발표한 새 외교안보 라인의 의미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외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미·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핵실험을 강행했다 다시 6자 회담의 틀로 복귀한 북한 문제를 ‘노무현 식’으로 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올해 상반기부터, 공식적으로는 올 7월부터 국정 하반기 외교안보 정책의 틀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해 왔다. 그에 걸맞게 수장들을 새로 선임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라는 강력한 외부 변수가 ‘계속성과 안정’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보수적 내부 승진에 진보적 외부 발탁이 특징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는 외교부 출신으로는 노 대통령과 가장 호흡이 맞는 사이라는 평을 받았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도 국정원 내에서 노 대통령의 신뢰를 받아 온 인물로 꼽힌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 내정자도 내부 승진(육군 참모총장)이다.
여기에 유일한 ‘외부 수혈’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재야 출신이다. 대북 포용정책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통일정책 집행 과정에서 외부의 진보적 목소리를 정부에 전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북 핵실험 이후에도 이종석 현 통일부 장관이 줄기차게 옹호한 대북 포용정책을 이재정 내정자 역시 그대로 밀고 나갈 것임을 예고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통일·외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나름대로 맞추는 걸 이번 인사에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힘을 얻은 이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라는 데엔 별 이견이 없다.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정책 조율을 총괄하며, 대북 제재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을 피하지 않았던 송 실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송 내정자만큼 노 대통령의 뜻을 잘 읽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대미 정책에서도 기존 노무현 정부의 기조에 변화가 없으리란 걸 시사한다. 송 내정자는 외교통상부 북미국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 미국 내 지인이 많다. 송 내정자를 외교부 장관으로 보낸 건, 그런 인맥을 통해 미국과의 갈등을 줄이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를 관철해 내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새 외교안보 라인의 최종적인 성격은 앞으로 선임될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외교안보실장)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과 김하중 주중 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장 등 3명이 후임 외교안보실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친중적’으로 분류되는 김하중 대사가 선임되면 미국은 노무현 정부의 새 외교안보 라인 성향에 의혹의 시선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핵 국면에서 ‘대북 제재’보다는 ‘대화 재개’를 밀어붙였던 송민순씨가 외교부 장관으로 간 데 이어, 김하중 대사까지 외교안보실장으로 오는 건 미국으로선 몹시 껄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형으로 볼 수 있는 백종천 소장이 임명되면 송민순 내정자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