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 3명을 제외한 대선 주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보수적 정책 노선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작 자신들은 이보다는 왼쪽에 위치한 것으로 자평했다.
각 대선주자에게 1~10점(1:진보, 10:보수)척도를 주고 ‘귀하의 정치적인 태도를 어디 쯤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보수’라고 자평한 사람은 6.0의 점수를 매긴 박근혜 전 대표가 유일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중간선인 5.5를 택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한겨레>의 정책 평가에선 각각 7.9와 7.5로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진화 의원은 5로 자평했다.
여권의 정동영 전 의장은 5, 김근태·천정배 의원 4로 스스로 ‘진보’에 약간 기울었다고 자평했으나 실제로는 6.0~5.8로 오히려 ‘보수’에 약간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의 노회찬 의원은 3, 심상정 의원은 2로 점수를 매겨 스스로를 실제 정책 노선보다 좀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영길 의원은 자평과 <한겨레> 평가 모두 3.0으로 일치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또,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볼 지점은 상대적인 이념적 위치가 중간에 머물러 있는 대선주자들의 이념적 신뢰구간이 진보 쪽 보다 보수성향의 신뢰구간과 많이 겹쳐있다는 사실이다. 이준한 교수는 “이는 중도 성향의 주자들이 보수성향의 후보들과 이념적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조사에 쓰인 MCMC기법은
수십만번 시뮬레이션 통해 모의값 추출
특정사안 ‘갈등지형’ 드러내는데 유용
<한겨레>와 이준한(인천대)·황원재(미국 테네시-녹스빌대) 교수팀이 대선주자의 이념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적용한 기법은 ‘말코프 체인 몬테칼로(MCMC) 시뮬레이션’이다. 국내에선 다소 낯선 이 기법은 미국 정치학계에서 최근 정치지도자, 의원, 법관의 투표나 판결행위와 관련해 그들의 이념적 위치를 분석하는 데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한정된 설문을 이용해 이념 성향의 위치를 추론하기 위해, 마르코프 체인(Markov chain)이란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반복적 시뮬레이션(Monte Carlo simulation)을 수행함으로써 모의값을 뽑아내는 통계기법이다. 이 기법은 설문항목과 응답자가 매우 작아 통계적인 신뢰를 얻기 힘들 때, 통계를 수십만번 이상 시뮬레이션을 해 ‘신뢰구간’을 정하고 그에 따른 평균값을 추출해낸다. 설문항목이 많을수록 신뢰구간을 좁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준한·황원재 교수팀은 <한겨레>가 대선주자들한테서 받은 17개의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을 이 기법을 이용해 분석했다. 이 교수가 먼저 주자들의 답변을 1차 분석을 했고, 이 자료를 전자우편으로 미국에 있는 황 교수에게 넘겼다. 황 교수는 신뢰할만한 수준의 답을 찾기 위해 적게는 20만번에서 많게는 100만번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대선주자들의 상대적인 이념적 위치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대선주자들의 이념적 위치를 1~10점 사이에 놓일 수 있도록 표준화했다.
그동안 이념성향을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는, ‘진보, 보수, 중도 중 당신은 어느 쪽이냐’란 물음에 스스로 답변을 하도록 하는 ‘주관적 이념성향 조사’가 널리 이용돼 왔다. 또, 근년에는 안보, 경제, 사회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답변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방식이 등장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자의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 교수는 “이념 성향을 알아내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 적용한 이 기법은 기존의 이념조사 방식에 비해 과학성과 신뢰성 면에서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 또한 이념적 성향을 알아내는 하나의 방법적 시도일 뿐 ‘정답’이라고 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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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이념지도
<설문내용>
문1. 귀하께선 대북지원 문제와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가능한 한 많이 해야 한다
2) 북한에 대한 지원을 현 수준 정도에서 유지해야 한다
3) 북한에 대한 지원은 현재보다 규모를 줄여야 한다
4)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문2. 최근 북핵 6자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9·19공동성명’(비핵화 원칙 천명)과 ‘2·13합의’(초기이행조처 명시)를 이뤄냈습니다. 귀하께선 한국 정부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 6자 회담 과정과 함께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진전시켜 북핵 문제 해결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과정에서 남북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2)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핵심이므로, 6자 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우선하고 남북관계는 한-미 공조를 전제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3)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6자 회담 등 대화 노력도 해야 하지만, 한-미-일 공조 및 유엔 안보리 결의 실천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
4) 북한은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군사력 증강,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연대전선 구축 등 6자 회담 이외의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문3. 한-미동맹과 관련해 귀하께선 다음 의견 중 어느 쪽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남북이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까지 나아가려면 한-미 동맹의 일정한 조정이 필요하다
2) 중국 일본 등 동북아 협력을 고려해 한-미 동맹을 재조정해야 한다
3) 한-미 동맹의 유지를 남북관계보다 우위에 두어야 한다
4) 한-미 동맹을 미-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군사협력 등 다방면으로 동맹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
문4. 귀하께선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전면 폐지해야 한다
2) 북한의 변화와 관계없이 부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3) 북한의 변화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4) 절대 폐지해서는 안 된다
문5. 귀하께선 시장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기업이 스스로 개혁을 못한다면, 정부는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2) 기업이 스스로 개혁을 못한다면, 정부는 기업활동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한다
3) 기업이 스스로 개혁을 못한다 하더라도, 정부는 기업활동에 최소한 개입해야 한다
4) 기업이 스스로 개혁을 못한다 하더라도, 정부는 기업활동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문6. 귀하께선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을 전면 수정하여 공기업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2) 민간기업과 경합하는 일부 공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공기업의 민영화를 반대한다
3)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데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
4)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며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문7. 귀하께선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FTA) 체결에 대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한미 FTA 체결에 대하여 전적으로 반대한다
2) 한미 FTA 체결에 대하여 대체로 반대한다
3) 한미 FTA 체결에 대하여 대체로 찬성한다
4) 한미 FTA 체결에 대하여 전적으로 찬성한다
문8. 귀하께선 국가의 세금정책과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두어서라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2)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체로 찬성한다
3)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체로 반대한다
4)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하여 세금을 더 거두지는 말아야 한다
문9. 귀하께선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된 것에 대하여 전적으로 찬성한다
2)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된 것에 대하여 대체로 찬성한다
3)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된 것에 대하여 대체로 반대한다
4)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된 것에 대한 전적으로 반대한다
문10. 귀하께선 사회양극화 해소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다음 의견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사회양극화 해소에 매우 더 많은 정책비중을 둬야 한다
2)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사회양극화 해소에 약간 더 많은 정책비중을 둬야 한다
3) 사회양극화 해소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장에 약간 더 많은 정책비중을 둬야 한다
4) 사회양극화 해소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장에 매우 더 많은 정책비중을 둬야 한다
문11. 귀하께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2)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3) 핵심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4)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는 안된다
문12. 귀하께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과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2)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은 대체로 보장되어야 한다
3)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은 때때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4)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은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
문13. 귀하께선 종교적 신념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겐 상당기간의 사회봉사 등 병역을 대신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인정에 대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대체복무를 인정할 수 있다
2) 대체복무를 대체로 인정할 수 있다
3) 대체복무를 대체로 인정할 수 없다
4) 대체복무를 인정할 수 없다
문14. 귀하께선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 절대로 개입해서는 안된다
2) 될 수 있으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3) 상황에 따라 개입할 수 있다
4)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문15. 귀하께선 고교평준화 정책과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의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1)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2) 고교학교 평준화 제도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3)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를 지금보다 완화해야 한다
4)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문16. 귀하께선 ‘정당한 목적을 가진 시위라도 사회규범을 해치면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전적으로 반대한다
2) 대체로 반대한다
3) 대체로 찬성한다
4) 전적으로 찬성한다
문17. 귀하께선 ‘사회의 잘못된 점은 무리가 따르더라도 빠르게 고쳐나가야 한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전적으로 찬성한다
2) 대체로 찬성한다
3) 대체로 반대한다
4) 전적으로 반대한다
문18. 정치적인 태도를 진보(좌파), 보수(우파)으로 나누어서 극좌를 1점, 극우를 10점으로 한다고 가정한다면, 귀하의 정치적인 태도는 어디쯤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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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내용이 ‘1’에 가까울수록 진보적, ‘4’에 가까울수록 보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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