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무실로 들어서는 차 속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예정됐던 일정을 중단하고 정국구상에 들어갔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근혜쪽 ‘당권-대권’ 분리 주장 수용 고심
비비케이 대책·선대위 강화 등도 다각 검토
비비케이 대책·선대위 강화 등도 다각 검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9일에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이틀째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이회창 대선 예비후보의 출마 선언으로 급변한 선거 구도, 쉽지 않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 문제, 김경준 전 비비케이(BBK) 대표의 귀국 임박 등 연이은 악재를 돌파할 방안 마련이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9시10분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서 나와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 들러 10여분쯤 머문 뒤 어디론가 떠났다. 이 후보 측근들은 “시내 모처에서 당 안팎의 인사들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오는 11일 오전 11시로 예고한 기자회견은 이 후보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새로운 변수들에 따라 전략을 새로 짜고, 위기 상황에 맞춰 선거대책위를 다잡는 계기다.
이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밝힐 가장 중요한 대목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 문제다. 이 후보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전날 박 전 대표와 전화통화에서, 만남이나 대선 협조에 흔쾌한 답을 듣지 못해 더욱 답답해졌다.
이 후보 진영 안에서는 박 전 대표 쪽에 사실상 당 운영 권한을 일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표 쪽 의원들이 최근 요구해온 ‘당권-대권’ 분리 주장을 수용하면서, 내년 총선 공천에서 특정 세력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방안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그러나 “당권-대권을 분리하겠다고 밝힐 경우, 박 전 대표를 권력을 탐하는 사람으로 비치게 만들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는 11일 회견 직전까지도 박 전 대표 쪽과 사전 물밑 접촉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독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최근의 상황에 대해 이 후보가 유감의 뜻을 밝힘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도 이 후보 진영 안에서 나온다.
이 후보는 또 김경준 전 비비케이 대표의 귀국을 앞두고, 다시 한번 자신의 결백함을 강한 어조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에 대해서는 거듭 정면돌파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외부인사를 추가 영입하는 등 선대위를 개편·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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