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단일화 ‘오리무중’
정책실종·도덕성 무관심…
정책실종·도덕성 무관심…
19일로 17대 대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 등록일(25~26일)까지는 일주일 밖에 남질 않았다. 하지만, 대선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정책·자질 검증은 실종된 채 불확실성만 높아가고 있다.
■ 막판 변수=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세론’으로 싱겁게 흘러가던 대선 판은, 이달 들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와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 등으로 격랑을 맞았다.
대선 막판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검찰의 비비케이 수사다. 비비케이 수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비비케이 실소유 여부, 주가조작 관여 여부, ㈜다스 및 도곡동 땅 실소유 여부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이 후보는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쪽은 일대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명박 후보가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면 그의 대세론은 날개를 달 수 있다. 검찰이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대선 전까지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이 경우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대선 직전까지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도 주요 변수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어렵사리 완결된다 하더라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2단계 단일화가 이뤄질지 여부가 관심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세 후보가 단일화하더라도, 지지율 합계가 20% 안팎에 그친다는 점이다. 자체 동력만으로 대선 승리가 쉽지 않다는 게 범여권의 최대 고민이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막판 선택도 관심사다.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범여권의 지리멸렬한 상황을 틈타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야권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중도 포기 및 후보 단일화’라는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
■ 희한한 대선 = 막판 대선 구도의 불투명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대선 판도 기이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책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대선 과정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다.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747 비전’을 비롯해 대선 후보들의 경제·교육·복지·대북 등 각종 정책을 둘러싼 논쟁과 검증이 끼어들 틈을 찾기 어려워졌다.
국가 지도자의 중요 자질 중 하나인 도덕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시들해졌다. 과거 고위 공직자 청문회 때 위장전입 등에 시퍼런 날을 세웠던 대다수 언론들도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위장채용 문제에는 무딘 잣대를 들이댔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급변하는 대선 구도에 관심과 논의가 집중되면서 정작 유권자들의 판단기준이 돼야할 정책과 자질 등 알맹이들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급변하는 대선 구도에 관심과 논의가 집중되면서 정작 유권자들의 판단기준이 돼야할 정책과 자질 등 알맹이들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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