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시인·조선대학교 교수)
작가들이 본 2007 대선
① 광주 - 김준태 시인 2007 대선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이 입을 열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광주와 대전, 대구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로부터 올해 대선 밑바닥을 흐르는 민심을 들어봤다. 광주는 김준태 조선대 교수, 대전은 김완하 한남대 교수, 대구는 김용락 경북외대 교수의 글을 실을 예정이다. BBK 발표 범여권 단일화 등
선거 판세 어찌될까 설왕설래
평화·통일에 대한 애정 여전
국민 모두 승리하는 대선 되길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을 나는 믿는다. 또 그래서 나는 내일의 역사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전망한다. 강물도 바로 눈앞에서 들여다보면 흐르는 둥 마는 둥 마냥 답답한 모습으로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 같지만 먼 산봉우리에 높이 올라 바라보면 실로 ‘유장하게’ 흘러감을 비로소 감지할 수 있지 않던가. 2007 대선,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보름 남짓 앞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럼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거리에 각 후보들의 얼굴과 현수막이 나붙어 펄럭거려도 일반 유권자들의 ‘표심’은 좀처럼 커다란 몸놀림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광주지역도 마찬가지다. 옛날 같으면 결혼식 피로연이나 상가를 가리지 않고 열을 올리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발관 아저씨도, 미장원 아줌마들도 그저 일상적인 대화에만 응할 뿐 대선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 봐라! 11월 달력이 찢겨져 나가고 12월이 드러나자 그동안 꾹 참았다는 듯이 서로의 생각들을 묻곤 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 시작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광주에서의 최대 관심사도 조만간에 있을 예정인 비비케이(BBK)사건에 대한 검찰발표, 그리고 범여권 단일화에 그 초점이 모아지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어떤 후보를 선호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예의 두 가지 사항이 2007 대선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혹자에겐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혹자에게는 큰 선물 아니면 절호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들이 오락가락하는 담론의 풍경을 연출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비비케이 사건은 단순히 ‘의혹’의 차원에서 끝날 것이라는 말도 여기저기에서 새어나온다. 아무튼 “역사는 정직하고 냉엄하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시점이 드디어 찾아오고야 말았다. 단순히 임기가 차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대통령(시스템 혹은 통치체제)으로 내세워야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느냐는 기로점에 놓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로 요약되는 세계금융자본주의의 음험한 파고 속에서 어쩌면 지금도 아이엠에프(IMF)체제의 연속선상에 놓여있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앞날! 언제 또다시 그와 같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놓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게 국민들의 가슴 속에 도사린 위기의식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겠으나 특히 광주지역은 ‘5·18’이라는 역사적 원체험이 강할 수밖에 없는지라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편이다. 사실 이 땅 한반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속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터져나오는 모든 비극의 실체와 실루엣은 바로 ‘분단’에서 기인됐고 1980년대의 부마사태와 광주의 5·18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제 12월19일 대선을 코 앞에 둔, 광주전남지역의 민심도 타지역과 같으리라. 정서적인 면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동소이할 것으로 아는데 일반 국민대중이 바라는 다음과 같은 숙제들을 풀 수 있는 대선 후보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제활동인구 70% 피라미드 하위집단화(근로자 50% 비정규직) △청년실업 한계점(2007년도 대학졸업자 경우 100만명 실업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과 부조화 △일제강점기 유산인 지역 분파주의 △급강하하는 농어촌 붕괴를 해소하는 것 △평화정착과 통일정책의 일관성(분단을 악이용한 불안조성도 경제에 치명타를 준다) △국민에게 삶의 행복을 주는 ‘통치철학의 계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대선에 대하여 애정과 기대를 걸고있는 광주지역의 한 ‘오피니언 그룹’도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범여권 정치연합은 권력야합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은 실패했지만(아직 여지는 있다) 창조한국당과 통합을 이루면 2007 대선은 해볼만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강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다양한 욕구와 바람을 담아내는 빛깔이 중요하며 ‘하나됨’ 속에서 열 가지의 일을 풀어낼 수 있는 연합적 성격의 당과 지도자가 출현할 때가 왔노라고 진단한다. 광주지역 민심을 압축하면 다음의 경구로 남는다. 나무에서 배워라.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지도자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며 국민적 희망을 수렴한 당이다. 현실주의자, 이념주의자에게 같이 해당된다. “하늘로 치솟은 가지가 이상이라면 뿌리는 현실이다. 이상과 현실은 또한 새의 두 날개로 비유할 수 있거늘 별개의 것이 아니다.” “먼저 나를 버려라. 그래야 너를 만날 수 있고 비로소 나를 만날 수 있다.” 아무쪼록 ‘2007 대선’이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태(시인·조선대학교 교수)
① 광주 - 김준태 시인 2007 대선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이 입을 열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광주와 대전, 대구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로부터 올해 대선 밑바닥을 흐르는 민심을 들어봤다. 광주는 김준태 조선대 교수, 대전은 김완하 한남대 교수, 대구는 김용락 경북외대 교수의 글을 실을 예정이다. BBK 발표 범여권 단일화 등
선거 판세 어찌될까 설왕설래
평화·통일에 대한 애정 여전
국민 모두 승리하는 대선 되길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을 나는 믿는다. 또 그래서 나는 내일의 역사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전망한다. 강물도 바로 눈앞에서 들여다보면 흐르는 둥 마는 둥 마냥 답답한 모습으로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 같지만 먼 산봉우리에 높이 올라 바라보면 실로 ‘유장하게’ 흘러감을 비로소 감지할 수 있지 않던가. 2007 대선,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보름 남짓 앞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럼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거리에 각 후보들의 얼굴과 현수막이 나붙어 펄럭거려도 일반 유권자들의 ‘표심’은 좀처럼 커다란 몸놀림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광주지역도 마찬가지다. 옛날 같으면 결혼식 피로연이나 상가를 가리지 않고 열을 올리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발관 아저씨도, 미장원 아줌마들도 그저 일상적인 대화에만 응할 뿐 대선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 봐라! 11월 달력이 찢겨져 나가고 12월이 드러나자 그동안 꾹 참았다는 듯이 서로의 생각들을 묻곤 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 시작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광주에서의 최대 관심사도 조만간에 있을 예정인 비비케이(BBK)사건에 대한 검찰발표, 그리고 범여권 단일화에 그 초점이 모아지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어떤 후보를 선호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예의 두 가지 사항이 2007 대선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혹자에겐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혹자에게는 큰 선물 아니면 절호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들이 오락가락하는 담론의 풍경을 연출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비비케이 사건은 단순히 ‘의혹’의 차원에서 끝날 것이라는 말도 여기저기에서 새어나온다. 아무튼 “역사는 정직하고 냉엄하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시점이 드디어 찾아오고야 말았다. 단순히 임기가 차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대통령(시스템 혹은 통치체제)으로 내세워야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느냐는 기로점에 놓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로 요약되는 세계금융자본주의의 음험한 파고 속에서 어쩌면 지금도 아이엠에프(IMF)체제의 연속선상에 놓여있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앞날! 언제 또다시 그와 같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놓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게 국민들의 가슴 속에 도사린 위기의식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겠으나 특히 광주지역은 ‘5·18’이라는 역사적 원체험이 강할 수밖에 없는지라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편이다. 사실 이 땅 한반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속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터져나오는 모든 비극의 실체와 실루엣은 바로 ‘분단’에서 기인됐고 1980년대의 부마사태와 광주의 5·18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제 12월19일 대선을 코 앞에 둔, 광주전남지역의 민심도 타지역과 같으리라. 정서적인 면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동소이할 것으로 아는데 일반 국민대중이 바라는 다음과 같은 숙제들을 풀 수 있는 대선 후보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제활동인구 70% 피라미드 하위집단화(근로자 50% 비정규직) △청년실업 한계점(2007년도 대학졸업자 경우 100만명 실업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과 부조화 △일제강점기 유산인 지역 분파주의 △급강하하는 농어촌 붕괴를 해소하는 것 △평화정착과 통일정책의 일관성(분단을 악이용한 불안조성도 경제에 치명타를 준다) △국민에게 삶의 행복을 주는 ‘통치철학의 계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대선에 대하여 애정과 기대를 걸고있는 광주지역의 한 ‘오피니언 그룹’도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범여권 정치연합은 권력야합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은 실패했지만(아직 여지는 있다) 창조한국당과 통합을 이루면 2007 대선은 해볼만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강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다양한 욕구와 바람을 담아내는 빛깔이 중요하며 ‘하나됨’ 속에서 열 가지의 일을 풀어낼 수 있는 연합적 성격의 당과 지도자가 출현할 때가 왔노라고 진단한다. 광주지역 민심을 압축하면 다음의 경구로 남는다. 나무에서 배워라.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지도자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며 국민적 희망을 수렴한 당이다. 현실주의자, 이념주의자에게 같이 해당된다. “하늘로 치솟은 가지가 이상이라면 뿌리는 현실이다. 이상과 현실은 또한 새의 두 날개로 비유할 수 있거늘 별개의 것이 아니다.” “먼저 나를 버려라. 그래야 너를 만날 수 있고 비로소 나를 만날 수 있다.” 아무쪼록 ‘2007 대선’이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태(시인·조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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