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풍경
지난 3일 유세중이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계란 세례를 받은 일로, 대선 후보들의 경호팀에 비상이 걸렸다. 유세기간 전이었지만,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지난달 13일 대구에서 계란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은 한 발이라도 더 유권자와 가까이서 호흡하려고 애쓰면서, 후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현재 대선 후보의 경호는 경찰 경호팀이 맡고 있다.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후보 확정 뒤부터 경찰에 경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정동영·권영길 등 정당 소속 후보들은 지난 9~10월 후보 확정 뒤부터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계란 투척 사태가 일어난 다음날인 지난 16일부터 경호팀이 배정됐다. 경찰은 이명박·정동영 후보에게는 26명, 이회창 후보에게는 11명, 권영길 후보에게는 10명의 경호팀을 붙였다. 김성근 경찰청 경호과장은 “경호팀 인원은 정당 비중과 후보의 위험도 등을 따져 경찰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계란투척 이후, 경찰은 이 후보에 대한 경호팀을 10명 더 늘렸다.
배속된 경호팀들은 선발대와 본대로 나눠 후보를 경호한다. 선발대는 30분 가량 먼저 유세장에 도착해, 후보의 동선을 확인하고 음료수병이나 캔 등 던질만한 물건들을 치워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한다. 근접경호를 맡는 본대는 ‘그림자’처럼 후보와 붙어 다닌다. 이동 때에는 후보 차량 앞뒤로 별도의 차량에 탑승한다.
이명박 후보 쪽은 계란투척 다음날인 4일부터 사설 경호원 16명을 별도로 고용해 근접경호를 더욱 강화했다. 이날 유세연단에는 긴 우산과 작은 화판처럼 생긴 방패를 든 경호원 2명도 함께 올랐다. 이 방패는 펼치면 총알도 막는다고 한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 경호팀도 특수 알루미늄 도금이 돼 총알을 막을 수 있는 가방과 검은 우산으로 티 안나게 이 후보의 안전을 책임진다.
유세장 주변 경호는 대부분 관할 경찰서 사복경찰이나 의경 등이 도맡는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우 경호팀 일부가 유세장 주변 건물 옥상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없는지를 살피며 ‘망원 경호’도 한다.
경호팀과 선대위 사이에선 경호 수위를 놓고 묘한 신경전도 벌어진다. ‘안아주세요’를 전략으로 삼아, 유권자들과 포옹을 자주 하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선대위의 이재경 비서실 부실장은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가능한 한 방해하지 않도록, 너무 근접하진 말아달라고 경호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농성 현장 등을 자주 찾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쪽은 아예 처음부터 “이쪽 정서를 좀 이해해달라”고 경호팀에 부탁했다.
조혜정 유신재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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