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TV토론, 직접영향은 미미…70% “선택에 도움”
대통령선거의 텔레비전 토론으로 유명한 것은 지난 1960년 닉슨(공화당)과 케네디(민주당)가 맞붙은 미국의 35대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인지도, 지지도에서 뒤졌던 케네디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젊음과 패기를 보여주면서 나이들고 피곤해 보이는 닉슨을 제치고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서 텔레비전 토론회가 처음 실시된 것은 이보다 한참 뒤인 지난 1997년 15대 대선부터다. 세 번에 걸쳐 진행된 이회창-김대중-이인제 세 후보의 합동토론회는 매회 시청률이 50%가 넘었다. 2002년에도 이회창-노무현-권영길 세 후보의 합동토론회가 열렸으나, 신선미가 떨어진 탓인지 97년과는 달리 시청률이 10%대로 떨어졌다.
지난 97년과 2002년 대선을 살펴보면, 토론회는 지지율이나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한 효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2002년 대선 때 12월 3·10·16일 3차례 열린 후보 합동토론회 전후의 지지율을 조사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토론회 뒤 세 후보의 지지율 변화는 각각 0.1~1.4%포인트 등으로 미미했다. 시청률이 50%가 넘었던 97년 대선 때는 텔레비전 토론회를 전후한 지지율 변화가 -3.5%~4.7%포인트로 2002년에 비해선 폭이 컸지만 역시 ‘결정적’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수치다.
이처럼 토론회가 기대만큼 큰 폭의 지지율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유권자들은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마지막 결정’을 내리거나, 지지를 굳히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97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당시 78.9%의 유권자들이 “텔레비전 토론회를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했거나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2002년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유권자 10명 가운데 7명이 “토론회가 지지 후보 결정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또 당시 토론회를 본 뒤 지지후보가 바뀌었다는 응답은 토론회 때마다 3.4%→4.7%→7.3%로 높아졌다. 지지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도 71.2%→80.8%→86.3%로 높아졌는데, 이는 토론회가 지지층 결속을 높이는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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