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추진하고 있는 비비케이(BBK) 수사검사 탄핵소추안 상정을 원천봉쇄하려고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임채정 국회의장, 12일 오후 본회의 예고
한나라 본회의장 점거 “몸으로 막겠다”
통합신당 의총서 “꼭 처리” 육탄대결 될듯
한나라 본회의장 점거 “몸으로 막겠다”
통합신당 의총서 “꼭 처리” 육탄대결 될듯
비비케이(BBK) 사건 수사검사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검사 탄핵소추안 보고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12일 오후에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몸으로라도 막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본회의 개회를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격한 몸싸움이 예상된다.
정경환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11일 “임채정 국회의장이 두 당에 마지막으로 의사일정을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일정 협의가 안 되더라도 내일(12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겠다는 게 의장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회법에서는, 본회의가 열리면 국회의장은 발의된 수사검사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게 돼 있다. 그 뒤 의결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탄핵소추안 관련 사안을 ‘조사’할 수 있지만, 이 절차가 생략되면 국회는 탄핵소추안 보고 뒤 24∼72시간 안에 무기명 투표로 의결을 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수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해당 검사들의 직무는 정지된다.
12일에 본회의를 열겠다는 임채정 국회의장의 뜻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육탄 저지’ 방침을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2일 오전에 의총을 열어, 본회의 개회 자체를 막거나 표결을 저지하는 방법 중 무엇을 선택할지 논의하겠다”며 “이번 임시국회는 명백한 정치공세이기 때문에 개회 자체를 저지하는 것에 큰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1일에는 통합신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전초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1시30분께, 통합신당이 수사검사 탄핵소추안을 강행처리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회 본회의장의 국회의장석을 점거했다.
통합신당은 같은 시각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국민 60%는 검찰 수사 결과를 믿지 않고 있다. 검찰은 왜 그런지 반성해야 한다. 검찰이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검사 탄핵안을 놓고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대치하는 이유는, 이 사안이 ‘비비케이 특검’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 아니라, 대선 막판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은 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여론에 힘입어 검사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고 그 여세를 몰아 비비케이 특검법안까지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선 분위기를 바꿔 보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기대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수사검사 탄핵안이라는 예봉을 사전에 꺾고, “통합신당이 김경준의 입국을 기획했다”는 ‘기획입국설’로 맞불을 놓고 있다.
김태규 유신재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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