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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영상 르포] ‘민심 택시’ 대선을 말하다 ②광주

등록 2007-12-15 02:13수정 2007-12-15 03:15

“2번은 안되는데 1번도 대안은 아니라는 것”
“민주·개혁 배신당한 자리에 ‘통일깃발’ 나부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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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이 꼭 5일 남았다. 각 후보 진영은 밤낮도, 주말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막판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무엇이 국민들을 무관심의 ‘블랙홀’로 빠지게 했을까? 이번 선거가 별다른 쟁점없이 맹숭맹숭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권자들은 선거 막판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한겨레> 영상팀은 지난 10일~13일까지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수원, 서울 등 전국의 주요 도시 택시 기사들을 만나 2007년 대선에 대해 물었다. 하루에 가장 많이 서민들을 접촉하는 택시 기사들이 그 지역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 잃어버린 10년?…“누구 때문에 IMF 사태가 터졌는데…”

“‘IMF 사태’를 부른 장본인들이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제. 이 나라 살림을 망쳐서 부도를 낸 사람들이 누군디 기가 막힐 노릇여.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많은 승객들이 이런 말을 혀.”


지난 11일 오전 광주역 근처 택시 승강장. 운전대를 잡은 이광정(59)씨는 대선 이야기가 나오자,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한나라당을 비판하며 핏대를 세웠다. 이 구호를 앞세운 이명박 후보의 ‘정권교체’ 명분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스며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권교체’ 대목에선 불안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광주에서만 20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이씨는 “지금까지 보수세력들이 번번이 발목을 잡아 개혁다운 개혁 한번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다시 보수세력으로 가면 이 나라는 20년 후퇴한다”고 말했다.

# 대안없는 표류…답답한 광주

그러나 이런 걱정과 우려는, 지난 대선때처럼 하나의 ‘깃발’로 결집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이 점이 광주의 답답함이고, 광주 사람들의 고민이다. 22년 동안 운전대를 잡아 “지역 민심에 훤하다”는 이찬희(59)씨는 “대선과 관련없이 여론은 이미 대통합민주신당에 등을 돌렸다”며 “대선에 임박해서 당을 합치고, 쪼개고 그러니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혀를 찼다.

여권이 대선 정국에서 보여온 그동안의 행태에 대한 불만은 ‘갈 곳 없는 표류’로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대안 없는 표심을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무관심이 아니라, 누구도 싫다는 불신에 가깝다”고 읽었다. 이씨는 “2번(이명박 후보)은 안되는데 그렇다고 1번(정동영 후보)도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그래도 광주는 달라”…통일을 매개로 불안한 동거

6년차 장재명(61)씨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살리자, 경제를 살릴 대통령을 뽑자며 이명박 후보를 거론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서민들의 고충을 알아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년차 새내기 운전사 정동석(51)씨도 “정의가 구현되지 않으면 경제도 안되는 것이고, 경제가 대통령의 의도만 가지고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정씨는 “이번 선거의 화두는 평화와 통일”이라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남북화해를 진전시키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일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만(62)씨는 “북한과 잘 지내야 하고 독일식의 흡수통일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통일문제만큼은 정동영 후보가 가장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에게서 민주와 개혁에 대한 전망을 잃어버린 광주는 그나마 통일과 평화를 매개로 여권과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는 여전히 햇볕정책을 주창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그늘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새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는 지를 물었다.

“어느 당에서 대통령이 나와도 상관없어. 맘을 비웠제. 다만 국민 모두를 고루 잘살게 하고,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글쎄, (결과는) 장담할 수 없제.”(조영훈씨)

“(이명박 후보가) 당선 되더라도 대운하만은 추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이찬희씨)

영상/광주=이규호 피디 pd295@hani.co.kr 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부산 민심 “둘과 열둘과의 싸움에, 1번 어부지리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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