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법무장관이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이명박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통합신당-한나라 ‘이명박 특검법’ 엇갈린 평가
‘이명박 특검법’은 17일 오후 국회 법사위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순탄하게’ 통과됐다. 애초 특검법 표결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과 한나라당간의 격돌이 예상됐으나, 이명박 후보가 전날 특검법 수용 방침을 밝힌 데다 한나라당이 수정안 제출을 포기하고 표결에 불참해, 이날 본회의는 다소 싱겁게 막을 내렸다.
대선을 눈 앞에 두고 국회를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변화시킨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20분이었다. 임채정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은 이용희 국회부의장은 이날 오후 2시37분께 특검법안을 공식 상정했다. 이어 통합신당 윤호중 의원의 원안 제안 설명과 같은 당 김종률 의원의 수정안 제안설명에 이어 통합신당 문병호 의원 및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찬성발언이 이어졌고 곧바로 표결이 진행됐다. 표결이 끝난 시간은 정확히 2시57분이었고, 재석 160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특검법 표결에는 통합신당 이외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 의원 대부분과 창조한국당 김영춘 의원, 참주인연합 김선미 의원도 참석했다.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캠프로 간 곽성문 의원과 임종인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통합신당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명박 특검법’ 통과로, 거짓말과 억지로 역사의 반역이 시작되는 것을 막기 위한 걸음을 뗐다”며 “대선에서 진실이 거짓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해찬 비상대책위원장은 “특검에서 이명박 후보의 재산은닉 등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결코 법의 심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선대위원장은 “이 후보는 진실과 민주주의를 위해 이제라도 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특검법이 위헌이며 통합신당의 정략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면서도, “특검이 아니라 특검 할아버지가 와도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경원 대변인은 “검찰이 이미 계좌추적, 주식 보유 변동사항,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했기 때문에 특검을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가 비비케이와 무관하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요구해, 당선 뒤 수사를 했지만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이명박 특검법도 그와 마찬가지로 국민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통합신당이 총선에서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논평 이상의 행동은 취하지 않기로 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연합뉴스
심상정(앞줄 오른쪽) 의원과 이영순(뒷줄 왼쪽부터)·단병호·강기갑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17일 오후 ‘이명박 특검법’을 처리하려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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