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검사들 “청와대·정치권이 검찰 흔든다” 불만
법무부가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비비케이 재수사 지휘 검토 지시에 대해 “특검은 수용하되 재수사 지휘권 발동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검찰은 안도감과 함께 특검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검찰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검찰은 고심 끝에 내린 법무부 장관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비비케이 특검법을 통과시킨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을 하더라도 다른 결론은 쉽지 않다고 자신하지만 국민들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기획관은 이어 “임채진 검찰총장도 ‘열심히 수사는 했지만 그것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면 검찰총장도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는데, 특검이 검찰을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휘권이 발동돼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면 검찰로서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검을 빌미로 어려운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 안에서는 법무부과 검찰의 수뇌부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재수사 지휘 검토와 특검 추진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검찰을 정치판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려 한다”며 “정치권에서 초래한 불신으로 검찰 권위마저 손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는 “항고나 재항고 등 법적 절차가 엄연히 있는데, 수사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거나 재수사 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는 지시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법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된 비비케이 특별수사팀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동영상이 공개된 16일까지도 “기존 자료들과 큰 차이가 없어 문제될 게 없다”던 수사팀은 특검법이 통과된 뒤에는 입을 닫았다. 수사에 참여한 한 검사는 “이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됐는데 무슨 말을 하겠냐”며 허탈해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고생했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좀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설명도 충분히 했더라면 이렇게 조직 전체가 불신당하는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장관의 이날 결정은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를 거부한 의미라는 말도 나왔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장관의 결정은 검찰에 의한 재수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특검이 무산되더라도 재수사 지휘권 발동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 강하게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 16일 밤 열린 법무부 긴급 간부회의에선 여러가지 의견이 개진됐으나, “검찰이 재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는 간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철 김지은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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