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 운동 마지막날인 18일 낮 서울의 한 유세장에서 유권자들이 웃기도 하고 찌푸리기도 하고 덤덤하게 바라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후보 연설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뒤돌아본 대선]
BBK·위장취업 공방에도 이명박 독주
정책 대결 실종 · 네티즌 활동도 위축
맥없는 TV토론 선거 무관심 ‘부채질’ ‘그들만의 잔치’ ‘흥행의 실패.’ 링 안에선 격투기가 벌어졌지만 관객들은 고개를 돌렸다. 정치공방은 뜨거웠지만, 유권자들은 냉담했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의 무관심 선거와 끊임없는 네거티브전이었다는 불명예스런 평가를 받을 듯하다. ■ 유권자들의 무관심=텔레비전 후보자 합동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5%포인트씩 출렁였던 1997년 대선이나, 네티즌들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대선에 비해 올해 대선은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썰렁했다. 5년 전 서울역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보기 위해 1만5천여명이 몰렸으나, 이번엔 이명박 후보의 첫 유세지였는데도 5천여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사이버세상도 시들해졌다. 이전엔 몇몇 인터넷언론 사이트를 방문하면 댓글이 수만개씩 달린 게시판을 살펴보며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있었지만, 이젠 그처럼 토론의 광장이 될 만한 곳이 없었다. 송경제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는 “이번엔 매체가 손수제작영상물(UCC), 블로그 등으로 분산됐고, 선거운동기간 전엔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시물을 올릴 수 없도록 한 선거법 때문에 네티즌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합동토론회도 5년 전엔 시청률이 평균 35.3%였으나, 이번엔 평균 21.7%에 그쳤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관심도 적어져, 지난 6일 첫번째 토론회 때는 시청률이 24%였으나 이후 21.9%(12월11일), 19.2%(12월16일)로 떨어졌다. ■ 지루한 네거티브 공방=줄곧 1위를 달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겐 친인척의 홍은프레닝 특혜 의혹, 부동산 차명보유 의혹, 자녀들의 위장전입과 위장취업 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의혹이 터졌다. 특히 도곡동 땅 소유 여부, 비비케이사건 연루 의혹 등은 검찰 수사발표에도 속시원히 의혹이 털리지 않아 지루한 공방이 계속됐다.
선거전이 온통 네거티브로 뒤덮인 데 대해 ‘후보의 의혹이 많아 검증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이렇다 할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네거티브로 일관한 측면도 없지 않다. 통합신당 내부에서도 ‘정동영을 못 보여주고 ‘반이명박’만 외쳤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 후보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이명박 부동층’을 흔들어도 우리한테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정책 실종=97년 대선의 환란위기 극복, 2002년 대선의 행정수도이전 문제처럼 대형 정책쟁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도 이번 선거의 큰 특징이다. 이명박 후보가 1년여 전부터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띄웠으나 당내 경선 때 상대방 후보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이 됐을 뿐, 정작 대선 과정에서는 정치쟁점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가 벌어졌을 때 한반도 대운하가 환경적으로 안전한지 등을 놓고 논란이 커졌을 법한데, 어느 후보도 이를 짚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후보들이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이었던 ‘3불정책(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본고사 금지)’을 흔드는 교육공약을 내놨지만, 이 역시 신문 지면의 의례적인 정책기사에서 취급되거나 텔레비전 합동토론회 같은 자리에서 잠깐씩 조명될 뿐 곧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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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이 온통 네거티브로 뒤덮인 데 대해 ‘후보의 의혹이 많아 검증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이렇다 할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네거티브로 일관한 측면도 없지 않다. 통합신당 내부에서도 ‘정동영을 못 보여주고 ‘반이명박’만 외쳤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 후보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이명박 부동층’을 흔들어도 우리한테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정책 실종=97년 대선의 환란위기 극복, 2002년 대선의 행정수도이전 문제처럼 대형 정책쟁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도 이번 선거의 큰 특징이다. 이명박 후보가 1년여 전부터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띄웠으나 당내 경선 때 상대방 후보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이 됐을 뿐, 정작 대선 과정에서는 정치쟁점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가 벌어졌을 때 한반도 대운하가 환경적으로 안전한지 등을 놓고 논란이 커졌을 법한데, 어느 후보도 이를 짚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후보들이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이었던 ‘3불정책(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본고사 금지)’을 흔드는 교육공약을 내놨지만, 이 역시 신문 지면의 의례적인 정책기사에서 취급되거나 텔레비전 합동토론회 같은 자리에서 잠깐씩 조명될 뿐 곧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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