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월급쟁이 성공 신화’…청계천 물길 타고 청와대로

등록 2007-12-19 21:36수정 2007-12-20 09:5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연표
풀빵장수·막노동판 전전…학비 벌며 대학생활
6·3 시위 옥살이도…현대 입사해 초고속 승진
‘선거법 위반’ 의원직 박탈…서울시장으로 재기
이명박이 걸어온 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삶은 ‘일’과 ‘성공’이라는 단어를 빼놓고선 설명할 수 없다. “굴껍데기처럼 가족에게 들러붙었던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생활전선에 내몰렸고, 고학으로 대학까지 마쳤다. 24살에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27년 동안 원없이 일했고, ‘성공한 시이오(CEO)’로 주목받았다. 서울시장 시절엔 밤낮으로 청계천 복원사업에 매달려 ‘대권행 티켓’을 따냈고, 마침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공부하고 싶은 어린 ‘풀빵장수’=이 당선자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아버지 이충우(1981년 작고)씨와 어머니 채태원(1964년 작고)씨 사이에서 4남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태몽으로 밝은 보름달이 치마폭에 들어오는 꿈을 꿨고 그에 따라 이름도 ‘명박(明博)’으로 지었다.

이 당선자가 네살 때인 45년, 광복 직후 한국으로 돌아가던 이 당선자의 가족은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무일푼 신세가 되는 불행을 겪는다. 고향인 경북 포항에 정착한 뒤 이 당선자의 아버지는 목장 일꾼으로, 어머니는 과일행상으로 하루종일 일했지만 가난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단칸방에서 한 식구가 살며 하루 두 끼는 술지게미로 때워야 했다. 그 때문에 학교선 “술 냄새가 풍긴다”며 구박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 당선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6·25가 터져 미군의 폭격에 바로 위의 누나(귀애)와 동생(상필)을 눈앞에서 잃는 비극을 겪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어머니의 장삿일을 도왔던 이 당선자는 김밥·풀빵 장사로 학업을 계속했고,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를 졸업한 뒤 상경해 막노동에 나섰다. 일일잡부로 살아가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그는 “입학증이라도 받기 위해” 대학 입학을 결심했고, 청계천 상인으로부터 헌책을 얻어 밤늦게까지 노동자합숙소의 등불을 밝힌 결과 1961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독학으로 대학입학…6·3시위 주도=대학시절에도 가난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어머니가 행상을 하던 이태원의 상인들로부터 청소부 일을 얻게 된 그는 이른 새벽부터 리어카를 끌며 학비를 벌어야 했다. 일하느라 친구 사귈 틈도 없었지만, 그는 고려대 경영대 학생회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64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반대하는 6·3 시위를 주도하다 옥에 갇혔고, 2심에서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여섯달 만에 풀려났다. 그는 옥중에서도 경영학 전공 과목에 매달렸고, 정치권에 입문한 운동권 친구들과 달리 기업행을 결심한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다=이 당선자는 현대에서 탁월한 추진력과 성실성으로 곧 정주영 회장의 눈에 든다. 어린 시절, 가난이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는, 가난을 이겨내고자 갖가지 실패를 견뎌낸 정주영 회장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일에 대한 집중력에서도 정 회장과 ‘코드’가 맞았다. 68~69년 중기사업소에서 일할 당시, 중장비를 다루는 인부들이 부품값을 과다청구하자, 트랙터를 분해해 재조립하면서 기계의 원리를 죄다 습득해 엉뚱한 비용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정주영 회장이 젊은 시절 쌀가게 배달원으로 일할 때 사흘 밤낮으로 자전거타기를 연습한 끝에 쌀 서말을 싣고도 거뜬하게 달렸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공장 안에 ‘더 빨리’란 표어가 붙어있던 시절, 그의 능력의 요체는 ‘신속정확’이었다. 정 회장에게 보고할 때 미흡한 점이 있으면, 다른 간부들은 정 회장에게 ‘좀더 연구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내일 아침까지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론보다는 현실적인 사고를 하고, 이를 쉬운 말로 표현했다는 점도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였던 정 회장의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임원회의에서 정 회장이 “자재창고 담당자로 누가 적당하냐”고 물으면, 다른 간부들은 “자재의 성격에 대한 이해와 회계 능력을 갖춘 사람이 적당하다”고 말했지만, 이 당선자는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는 사람이면 된다”라고 답했다. 물품을 빼돌리지 않고, 화재 감독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또 정 회장의 아이디어를 구현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84년 충남의 서산 간척지 공사 때 가파른 물살 때문에 나머지 물막이 공사가 애를 먹자 정 회장은 유조선을 이용해 물살을 막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내로라 하는 토목 전문가들이 전복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며 말렸지만, 이 당선자는 홀로 정 회장의 편을 들었고 철저한 계획으로 이를 성공시켰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65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5년만에 공무담당 이사로 승진했고, 75년 부사장, 77년 사장, 88년 회장 임명장을 받는 등 동료·선배들을 제치고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샐러리맨의 신화’를 썼다. 그는 후일 자서전에서 당시를 돌아보며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때처럼 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입문과 좌절=90년대 초 그는 이미 ‘스타’였다. 91년 방영된 드라마 <야망의 세월>은 운동권 학생 출신 ‘박형섭(유인촌 분)’이 각종 시대적 난관과 부대끼며 성공한 기업인으로 우뚝 서는 과정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가 야심차게 추진한 이라크 토목공사는 이란-이라크 전쟁, 걸프전 등으로 수십억달러의 미수금을 남기고 막을 내렸고, 정 회장과의 사이도 삐걱거렸다. 결국 92년 초 창당을 결심한 정주영 회장과 결별하고, 민자당에 입당해 전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96년 총선에서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하지만 98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시련에 부닥쳤다.

1년여 넘게 미국에서 ‘야인’으로 살았던 그는 2000년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노병의 성공신화’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잘나가는 금융맨으로 알려진 젊은 재미동포 김경준씨와 함께 손잡고 인터넷금융업에 뛰어들었지만 쓰라린 실패로 끝이 났다. 이 대목은 대선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청계천’으로 날개달다=행운의 신은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2002년 청계천 복원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서울시장에 당선됨으로써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서울시청 광장 조성, 세종로 사거리 건널목 조성 등 역대 시장의 숙원사업을 신속하게 마무리짓는 한편, 광역 재개발사업이랄 수 있는 ‘뉴타운사업’을 시작하고, 개발사업이 예정돼있던 뚝섬경마장 부지를 서울숲공원으로 바꿔냈다. 대규모 버스체계 개편작업을 통해 버스공영제, 환승시스템을 수립해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그의 일하는 스타일을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라고 표현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정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제한된 시간 안에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짚어내는 ‘행정마케팅 능력’, 강력한 추진력, 짜임새있는 업무 관리능력은 그를 ‘일머리를 아는 리더’로 부각시켰다. 특히 2년4개월의 짧은 공사기간 끝에 청계천 5.84km에 맑은 물을 흘려보낸 청계천 복원은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자리잡았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와 청계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목도한 유권자들에겐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깊숙히 각인됐다.

‘실천하는 대통령’을 공언한 이 당선자 앞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새로운 도전들이 놓여 있다. 이제 그의 능력은 또다른 ‘검증대’에 올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참여정부’ 냉엄한 심판…고강도 성장정책 예고
▶ [과제]‘도덕성 논란’ 씻어내고 ‘국민 통합’ 시급
▶ [당선요인] ‘강한 추진력’과 ‘경제대통령’ 이미지 통했다
▶ [경제정책] 감세·규제완화로 ‘7% 성장’ 밀고 나간다
▶ 한나라당 “두번 패배 뒤 정권 되찾았다” 잔칫집
▶ [이당선자 가계] 재벌·정치인·의사… ‘주류사회’ 두루 진출
▶ [통합신당] “분열 땐 궤멸” 단합·쇄신 요구 거셀 듯
▶ 택배·청소·경비원 “내 한표 언제 행사하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한동훈, 윤 ‘어쨌든 사과’ 뒤 이재명 때리기로 급선회…민주 “뻔뻔” 1.

한동훈, 윤 ‘어쨌든 사과’ 뒤 이재명 때리기로 급선회…민주 “뻔뻔”

윤 퇴진 집회서 ‘갈비뼈 골절’ 국회의원 “경찰청장 거짓말에 분노” 2.

윤 퇴진 집회서 ‘갈비뼈 골절’ 국회의원 “경찰청장 거짓말에 분노”

한동훈 “이재명 방탄에 판 깔아주는 격”…성남지법 검사 퇴정 명령 비판 3.

한동훈 “이재명 방탄에 판 깔아주는 격”…성남지법 검사 퇴정 명령 비판

“명태균, 김건희 봉하 방문 때 대통령 특별열차서 면담” 4.

“명태균, 김건희 봉하 방문 때 대통령 특별열차서 면담”

홍준표 “윤은 고마운 용병, 나머지는 분란만”…한동훈 깎아내리기 5.

홍준표 “윤은 고마운 용병, 나머지는 분란만”…한동훈 깎아내리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