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9일 저녁 서울 남대문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아직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측근 “반 이명박 세력 규합…당명 자유회의”
“득표 기대 못미쳐…지역당 축소 우려” 지적도
“득표 기대 못미쳐…지역당 축소 우려” 지적도
득표율 3위 이회창 앞길은
득표율 15% 언저리의 3위. 19일 개표 결과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받아 든 성적표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국민들은 과거의 보수로 돌아가자는 데 동의하지 않았고 이런 면에서 이 후보의 대선 도전은 실패”라며 “그러나 이 정도 득표율은 내년 총선을 위한 씨를 뿌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총선에서 가능성은 있지만 파괴력을 지니기엔 낮은 득표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곧바로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보수신당 창당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19일 밤 기자회견에서 “제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쳐도 이 길을 갈 것”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대선 하루 전날인 18일 밤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와 연합한 것도 총선을 겨냥한 포석의 의미가 짙다. 당명도 거론된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유와 집단지도체제를 상징하는 회의란 의미를 합해 당명을 ‘자유회의’로 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은 창당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다. 전략기획팀의 한 특보는 “당선자가 피의자인 이명박 정권은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어 정치적 격동이 예상된다”며 “이 상황에서 정통 보수를 주장하는 이회창 후보의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시작되면 기존 정당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회창’이란 인물이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이다.
신당은 정통보수 대연합이란 명분 아래 반 이명박 세력을 규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와 더불어 한나라당 이탈 세력까지 아우를 가능성이 크다. 한 참모는 “공천 과정 등에서 한나라당 내 이탈 세력이 분명히 생길 것이고, 이들이 결국 보수신당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한 구애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박 전 대표에게 삼고초려했던 이 후보는 18일 밤 마지막 명동 기자회견에서도 “언젠가 뜻 마음 합쳐 일할 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예상했던 2위도 아닌 3위로 떨어짐에 따라 신당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한나라당에서 의미 있는 ‘추가 이탈’을 기대하기엔 득표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이 많다. 한 실무자는 “자칫하면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일부 실무자들 사이에선, 이회창 후보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국민중심당이 주도하는 지역정당의 탄생으로 범위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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