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에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캠프 해단식서 “뿌린 씨앗 꽃피울것”
‘젊고 깨끗한 보수 기치’로 창당 구상
‘젊고 깨끗한 보수 기치’로 창당 구상
세번째 대권 도전에 실패한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20일 남대문 선거대책사무소에서 열린 해단식 행사에서다. 출마의 정당성을 애써 다시 확인하고, 신당 창당 구상을 목소리 높여 외쳤지만 좌절이 주는 아픔을 덮지는 못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출마의 불가피성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에서 새로운 발전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동시에 정신적으로 일종의 천민 자본주의에 빠졌다”며 “국가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이런 정신적 바탕을 바꾸는 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선거 뒤 뵙는 날은 밝은 낯으로 웃으며 희망을 주고 받는 자리가 되길 확신했으나 그렇게 안 됐다”며 참모들을 격려하는 대목에선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해단식에 참석한 심대평 선대위원장, 강삼재 전략기획팀장 등 300여명의 참모, 실무진들도 눈가에 물기가 돌았다.
그래도 이 후보는 보수신당 창당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제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고 창당의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젊고 깨끗한 보수’란 화두로 신당의 철학과 가치에 관한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 부족한 출마의 명분 등이 끝까지 발목을 잡은 만큼 먼저 탄탄한 창당의 명분을 세워둬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탓이다. 측근인 지상욱 박사는 “젊고 역동적이고 깨끗한 보수가 신당의 간판 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후보 역시 전날 팀장회의에서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껴 찾아오는 정당을 만들겠다. 보수신당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해단식 연설에서도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느낀 가장 큰 보람 한 가지는 젊은이들의 진정한 모습과 희망을 봤다는 것”이라며 상당 부분을 ‘젊은이 예찬’에 할애했다. 기존 수구 보수라는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총선에서 참신한 보수로 승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여기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내기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선언’란 외부 변수에만 매달렸다가 실패한 경험과 반성도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창당 속도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곽성문 의원은 “늦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이회창 후보를 충심으로 한 새 보수신당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기대치보다 낮은 15%란 득표율 탓에 서두르지 않으면 자칫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마나 세를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 후보 선대위의 전략기획팀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던 강삼재 전 의원이 신당 참여 여부를 묻는 물음에 “나는 애초 대선 야전 사령관으로서 왔을 뿐”이라며 신당에는 참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창당 작업은 대선 출마 이전부터 이 전 총재와 고락을 같이 해온 이흥주 특보, 지상욱 박사, 최형철 박사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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