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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부 단속’만으론 ‘박통 시절’에도 물가 못잡았다

등록 2008-03-21 19:15수정 2008-03-21 23:07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후 광주광역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방문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자동차 조립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후 광주광역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방문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자동차 조립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70년대 연평균 15%↑…“압력 넣어도 기업들 시늉뿐”
80년대 ‘통화긴축’ 하고서야 2%대 안정세 정착
“이명박 정부 ‘행정력’ 강조…돈풀기 준비작업” 우려도
가격을 특별관리할 50개 생필품 목록을 논의한 21일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기획재정부는 갑자기 회의 결과에 대해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했다. “전례가 없다”며 기자들이 거부하자, 재정부는 회의 결과에 입을 닫아버렸다. “추가로 조정할 게 있어 다음주 화요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한 뒤 발표하겠다”는 것이었다. 관리대상 품목을 정한다는 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누구보다 잘 아는 강만수 장관으로서는 품목 확정에 대통령의 결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강 장관은 ‘시장친화적인 가격관리’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품목을 지정해 수급 조절을 하고 필요하면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물가를 통제하겠다는 것을 ‘시장 친화적’이라고 볼 사람은 거의 없다. 최중경 재정부 1차관을 반장으로 해 이달 초 구성한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팀’에 국세청 차장이 고정 멤버로 참가한다. 국세청은 ‘물가’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지만, 기업들에게는 누구보다 무서운 존재다.

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총수요를 관리하는 통화관리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미시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화정책은 경기와 성장을 고려해 접근하고, 그로 인한 물가 부담은 정부가 공공요금 동결과 매점매석 단속 등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시장 전망보다 크게 높은 6% 성장 목표를 올해 달성하려면 정부로서는 물가를 희생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새 정부 경제팀이 서민의 물가 부담을 방치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공급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의 물가 관리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냐다. 연평균 8.2%의 고성장을 했던 1970∼79년 사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15%나 올랐다. 행정기관을 총동원해 정부가 쉼없이 단속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당시 상공부 고위관리를 지낸 한 인사는 “기업체 대표를 부르면 도망가고, 전기를 끊겠다고 압력을 넣어도 시늉만 낼 뿐 공산품의 가격 통제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제2차 석유파동(오일쇼크)이 진행되던 80년 초에는 ‘물가 오름세 심리’까지 극에 이르렀다. 80년 소비자물가는 28.7%나 뛰었고, 이듬해에도 21.4%나 솟구쳤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는 이른바 안정화 정책을 통해 83년 물가 상승률을 3.4%로 떨어뜨렸고, 이후 2%대의 안정세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전두환 정부도 행정력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물가 고삐를 잡은 가장 큰 힘은 과감한 통화긴축이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제 원자재값이 올라 생기는 물가 상승엔 대책이 있을 수 없다. 어떻게 그 부담을 나눠 지느냐만 남아 있을 뿐”이라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해주고 지방 공공요금 동결을 유도하는 것도, 그 재원을 저소득 계층에 돈으로 나눠주는 쪽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효과는 없고 가격 왜곡이라는 부작용이 일 게 뻔한데도 정부가 생필품값을 특별 관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물가는 알아서 관리할 테니, 한국은행더러 돈을 풀라고 요구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인다”고 전 교수는 덧붙였다. 물론 돈을 더 풀면, 물가는 더 오른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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