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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부, 미 동물사료조치 제대로 몰랐나

등록 2008-05-11 16:25수정 2008-05-11 16:29

정부가 최근 미국이 공포한 '강화된 동물성 사료조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이를 조건으로 수입 쇠고기의 연령 제한을 완전히 풀어줬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 '도축검사 통과 여부' 새 불씨

미국은 최근 관보를 통해 "30개월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존보다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측이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를 '공포'하면 30개월이상 쇠고기도 허용하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이 공포와 함께 앞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연령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그러나 미국의 새 조치가 뇌와 척수 단 두 가지 광우병위험물질(SRM)만, 그것도 30개월이상 소에서 나온 것만 사료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EU나 일본 등의 기준에 비해 여전히 매우 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치 내용 가운데 '도축검사 합격' 여부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보도자료에서 미국측의 조치에 대해 "30개월 이상 소에서 SRM이 있을 수 있는 뇌와 척수를 제거하고, 30개월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광우병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설명은 실제 미국측 관보 내용과 차이가 있다. 관보에서는 "30개월 미만 혹은 뇌와 척수를 제거한 소가 아니라면, 도축 검사를 받지 않아 식용으로 쓰일 수 없는 소는 동물 사료로 금지된다"고 돼있다. 다시 말해 우리 정부의 말과 달리 30개월 미만 소는 도축검사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얘기다.


◇ "내용도 모르고 풀어줬나" vs "본질 차이없다"

이에 대해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부분을 포함한 의혹 해소를 위해 한미 쇠고기 협상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만약 '미국 관보-한국 정부 설명'간 차이가 미국측이 고의로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를 속인 것이라면, 이는 국제법상의 '기망행위'인만큼 우리나라는 연령 제한 해제 조치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우리와의 협상 과정에서 지난 2005년 10월 입법예고안대로 도축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30개월미만 소도 사료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입법예고안보다 후퇴한 조치를 공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민변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내용을 잘못 설명한 배경 해명을 촉구하면서, 본질적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 수입조건의 입법예고를 무효화하고 다시 입법예고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측은 "30개월령 이하 소의 뇌와 척수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아니므로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의 핵심인 소 등 반추동물을 사료로 만들어 다시 소에 먹이지 못하게 막는 것은 이미 미국도 지난 97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강화된 사료조치'가 협상을 통해 추가로 얻어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정말 속은 것이든 단순 착오든,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설익은 미국 쇠고기 안전성 홍보에 뛰어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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