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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간 ‘미 쇠고기 성명서’ 정부기관이 문안 작성

등록 2008-05-15 21:27수정 2008-05-16 11:13

국립검역원 “안전” 써놓고 수입업체 불러 “서명하라”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만을 수입하겠다’는 민간 수입업체들의 대국민 성명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문안 등을 만들어 민간업체들의 서명만 받아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농식품부와 쇠고기 수입업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국립수의과학검역원(검역원) 중부지원은 지난 4일 서울·경기 지역 쇠고기 수입업체 실무자들을 불러 미리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일동’ 명의의 대국민 성명서를 제시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업체 직원은 “모임 전날 검역원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성명서를 낸다는 사실은 가서야 알았다. 성명서 문안은 검역원 쪽에서 이미 작성해 놓은 상태였고 우리는 그냥 서명만 했다”고 말했다. 수입업체 20곳이 서명한 이 성명서에는 “쇠고기 수입에 따른 국민 불안감 증폭에 즈음해,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해 제공하겠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뇌·척수 등 특정 위험물질(SRM)을 제거하고 수입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검역원은 지난 14일에도 40~50여 곳의 수입업체 실무자를 다시 불러 서명을 요구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수입업체 직원은 “지원장이 직접 나와 ‘검역원이 하면 모양새가 좀 그러니까 여러분이 성명서를 내 달라’고 말했다”며 “업체들이 갹출해 다음주께 성명서 내용을 일간지 등에 광고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국내로 수출입되는 모든 축산물의 검역을 전담하는 기관이며, 특히 중부지원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 검역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업체의 목줄을 쥐고 있는 감독기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융 검역원 중부지원장은 “성명서를 우리가 유도했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좋은 일 아니냐”고 해명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9일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안정 종합대책 추진’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유언비어와 불법집회를 엄정히 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행안부는 세부 추진방안으로 △지역언론 기고, 토론참여 등 간부 공무원의 솔선수범 △반상회보 게재 및 공무원의 반상회 참여·설명 △학교급식의 안전성 적극 홍보(교육청과 협조) 등을 제시했다.

최현준, 전주/박임근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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