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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촛불문화제 왜 첫 거리시위로 이어졌나

등록 2008-05-25 14:05수정 2008-05-25 14:10

열띤 분위기 속 `청와대 항의' 제안에 정책 불신 폭발한 듯
그동안 평화적으로 개최돼 온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24일 거리시위로 번진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시내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린 것은 이번이 17번째이지만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1만8천여명 중 일부가 합류했고, 전교조 교사도 전국교사대회를 끝내고 참가했으며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종교인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도 100일 순례를 마치고 동참했다.

참가자 계층 못지 않게 행사 주제도 다양해 졸속 협상 논란을 비롯한 미 쇠고기 수입문제부터 공공부문 민영화 방침, 중등교육자율화 조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 등 현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종합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리라고는 경찰조차 예상치 못했다.

평범한 촛불문제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오후 9시께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됐다.

무대 뒤편에 있던 청년들 사이에서 퍼진 "청와대로 가자"는 함성이 들리자 촛불을 들고 있던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종로 차도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거리시위 인원이 정점에 달했을 때는 그 수가 3천500명 가량에 달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참가자 수가 7천명(주최 쪽 3만명 추산)이라는 경찰 주장을 받아 들이면 전체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불법 거리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다양한 계층이 모인 촛불문화제가 전례 없이 뜨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다가 일부의 제안으로 우발적, 충동적으로 거리시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참가자의 절반 가량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데는 상당한 정서적 공감대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말 저녁에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가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하고 일부는 밤샘농성까지 불사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강도높은 실망과 분노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심리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25일 "주최 측이 집회를 해산하자고 했는데 운동권도 아닌 시민들이 집에 안 간다고 버텼다"며 "시민들은 국가가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거스른 결과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도 정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반적인 불만을 가장 적극적으로 성토한 것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직장인, 학생 등 일반 시민이었다는 참가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먹을거리 문제로 체감하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선 심지어 `독재타도'라는 구호도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시민들은 정부의 쇠고기 협상 자세와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한 태도에 불만과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국민의 뜻이 분명한데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 없이 문제를 대강 덮으려는 모습에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초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 쇠고기 수입 반대 행사가 `문화제'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는데 이 것이 깨져 안타깝다"며 "`거리의 정치'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사태가 확산되면서 사회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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