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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쇠고기 시국 바닥쳤다’ 당·정·청 전방위 역공

등록 2008-06-24 19:30수정 2008-06-24 23:14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반미·좌파” 몰아붙이며 검·경 동원 강경진압
여권 ‘역공’ 민심이반 되돌릴수 있을지는 의문
야권·시민단체 “신공안정국 조성 기도” 반발
여권이 대대적인 ‘촛불끄기’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에 섰고 정부와 여당,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까지 합세한 전방위적 역공이다. 여권은 물리적 제압과 함께, 촛불시위의 배후를 ‘반미·좌파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색깔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여권이 ‘수세적 사과 모드’를 ‘공세적 압박 모드’로 바꾼 것은 지난 21일 발표된 미국과의 추가 협상 이후다. 촛불시위 약화 움직임과 보수언론의 대대적 지원공세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정국을 공세적 국면으로 전환해 기나긴 촛불 시국의 터널을 빠져나가려는 게 여권 핵심부의 전략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23일 “여기서도 밀리면 정권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쇠고기 시국이 마침내 바닥을 쳤다고 보는 것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우리로선 이번 협상이 마지막 결정이다. 이제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촛불시국’에 대한 여권의 공세적 대응 기조는 물리적 압박과 대국민 홍보·선전 강화라는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어청수 경찰청장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범여권 차원에서 조율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선 공권력을 동원해 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함에 따라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검경의 대응은 지금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불법’과 ‘폭력’에 대한 판단이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마찰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촛불시위가 뜻밖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여권은 대국민 선전·홍보 강화 조처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광우병 괴담의 진실과 오해’라는 홍보자료를 시중에 배포하기로 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쇠고기 안전성을 알리는 호외형 당보 100만부를 뿌릴 것”이라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정부 전문가들이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도록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조직개편을 통해 홍보기획관실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여권의 이런 역공이 ‘촛불’로 표출된 민심이반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여권의 대응은 잘못된 상황진단에 근거하고 있다. 시민들이 촛불을 켜든 것은 엉터리 쇠고기 협상이라는 정부의 실정에 분노한 것이지 좌우의 이념대결에서 비롯한 게 아니다. 그런데 여권은 정부의 명백한 잘못에서 초래된 쇠고기 시국을 좌우 이념대결에 따른 것으로 치환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실정’이라는 쇠고기 시국의 프레임을 ‘좌우 이념대결’ 프레임으로 억지로 짜맞추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색깔공세와 권력기관이 전면에 나서는 과거회귀적 행태는 오히려 촛불민심을 자극하면서 역풍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기도”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여론의 추이를 보고, 한 템포 늦게 가도 되는데, 좀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좀더 민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좀더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로 가야 한다. 촛불민심을 끝까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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