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28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 상황 뉴스를 지켜보다 입술을 깨물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0.28 재보선 선거결과에 담긴 민심
MB 지지율 고공행진에도 수도권·충청서 참패
4대강·세종시 수정 등 독선적행태 심판 분석도
MB 지지율 고공행진에도 수도권·충청서 참패
4대강·세종시 수정 등 독선적행태 심판 분석도
전국 5곳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으로 주목받았던 10·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집권 한나라당이 또다시 패배했다. 승부처인 수도권 2곳과 충북 등에서 민주당한테 완패했으며, 직전 당 대표를 내보낸 텃밭 경남 양산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지난해 총선과 비교해보면 이명박 정부로부터의 민심 이반 징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우선 한나라당은 수도권 두 곳에서 모두 패함으로써 2006~2008년 이래 각종 선거에서 다져온 수도권 우위 구도가 무너졌다. 특히 경기 안산 상록을 지역은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유리한’ 조건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일찌감치 당선권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총선 때 이곳에선 친박연대와 한나라당 등 친여 후보가 1·2위를 하고 민주당 후보가 3위에 그쳤다. 수원 장안에서도 무명의 정치 신인에게 화려한 경력의 여당 후보가 무릎을 꿇었다.
경남 양산의 결과도 한나라당에는 충격적이다. 대표적 텃밭으로 꼽아온 지역에서 박희태 전 대표가 송인배 민주당 후보와 간담이 서늘해지는 근접전을 펼쳤다. 충북 4군의 민주당-한나라당 간 득표 격차는 지난해 총선보다 훨씬 벌어졌다. 민주당 후보가 없었던 강릉 한 곳의 낙승은 정치적 의미가 거의 없다.
이번 선거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던 가운데 치러진 점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끝난 지난 8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해 40%선, 때로 50%를 넘는 조사 수치가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여권 관계자들은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가 국민들한테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는, 실질적인 서민정책 없이 이벤트 위주로 쌓아올린 지지율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경제회복에 대한 열망 때문에 ‘정부가 잘해주길’ 기대할 따름이지, 그것과 정치적 지지는 별개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지난 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친서민 정책이 생활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은 데 대해 “도움이 안 된다”가 82.3%, “도움이 된다”는 15.6%에 그쳤는데, 이번 선거에는 국민들의 이런 의구심이 진하게 투영됐다. 한나라당의 재보궐선거 패배는 지난해 가을 일부 지방 재보궐선거, 올해 4·8 경기도교육감 선거,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어 네 번째이다. 이명박 정부가 거듭된 민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선과 밀어붙이기 행태를 버리지 않는 데 대해 민심이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몇몇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 논란,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추진, 효성 비자금 의혹, 청와대 직원들의 비위 시비 등이 두루 여당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수도권 지역구인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세종시, 4대강, 복수노조 등의 쟁점은 모두 이명박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이 종전의 태도를 바꾸거나 추진 절차가 투명하지 않은 것으로 비쳐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시와 관련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못박은 게 표심의 변곡점이 되었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지지율이 반짝 올랐다고 해서 다시 오만하게 밀어붙이기에 나선 이명박 정부를 국민들이 어김없이 심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정세균 민주당 대표(오른쪽 넷째)가 28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수원 장안 등 3곳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지도부와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번 선거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던 가운데 치러진 점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끝난 지난 8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해 40%선, 때로 50%를 넘는 조사 수치가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여권 관계자들은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가 국민들한테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는, 실질적인 서민정책 없이 이벤트 위주로 쌓아올린 지지율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경제회복에 대한 열망 때문에 ‘정부가 잘해주길’ 기대할 따름이지, 그것과 정치적 지지는 별개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지난 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친서민 정책이 생활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은 데 대해 “도움이 안 된다”가 82.3%, “도움이 된다”는 15.6%에 그쳤는데, 이번 선거에는 국민들의 이런 의구심이 진하게 투영됐다. 한나라당의 재보궐선거 패배는 지난해 가을 일부 지방 재보궐선거, 올해 4·8 경기도교육감 선거,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어 네 번째이다. 이명박 정부가 거듭된 민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선과 밀어붙이기 행태를 버리지 않는 데 대해 민심이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몇몇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 논란,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추진, 효성 비자금 의혹, 청와대 직원들의 비위 시비 등이 두루 여당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수도권 지역구인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세종시, 4대강, 복수노조 등의 쟁점은 모두 이명박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이 종전의 태도를 바꾸거나 추진 절차가 투명하지 않은 것으로 비쳐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시와 관련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못박은 게 표심의 변곡점이 되었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지지율이 반짝 올랐다고 해서 다시 오만하게 밀어붙이기에 나선 이명박 정부를 국민들이 어김없이 심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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