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실에서 자체적으로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 대통령 발언에 충격 휩싸인 정치권
예산 파국에 맞선 클린턴은 끊임없이 의회 설득
청와대는 대화 거부한채 ‘예산파행’ 책임 전가
야당 “협박에 굴복못해”…여당도 후폭풍 우려
예산 파국에 맞선 클린턴은 끊임없이 의회 설득
청와대는 대화 거부한채 ‘예산파행’ 책임 전가
야당 “협박에 굴복못해”…여당도 후폭풍 우려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꺼내든 ‘준예산 편성’ 카드를 두고, 여당 안에서도 ‘대통령이 국회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준예산은 국회가 연말까지 예산을 확정하지 못할 경우, 전년 예산을 기준으로 집행하는 제도다.
■ 대통령의 책임 떠넘기기 이 대통령의 준예산 준비 지시는 1995년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벌어진 ‘예산파국’ 사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화당의 예산삭감 요구를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면서 연방정부 폐쇄 사태까지 겪었지만, 결국 이를 밀어붙인 클린턴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된 것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정치문화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클린턴의 민주당은 소수 여당이었다. 더구나 미국에선 법안·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끊임없는 의회 설득 작업이 미리 이뤄진다. 반면, 이 대통령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제안한 3자회동까지도 “예산은 국회의 몫”이라며 거부하는 등 나 몰라라 했다. 여당엔 협상 재량권도 주지 않았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개혁의 통과를 위해 두 차례의 의회 연설을 하고, 반대하는 의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전화 공세도 펼쳤다”며 “4대강 사업을 고집하는 청와대가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준예산 편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여야 모두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으니 이렇게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야당의 협상 의지를 꺾어 되레 파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4대강 ‘원안 사수’를 고집한 것은 청와대인데, 왜 국회가 뒷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청와대를 성토했다.
이 대통령이 ‘전체 공무원 봉급 지급 유보’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법률을 무시한 초법적 발상이란 지적이 많다.
■ “준예산, 여야 모두 공멸” 여야는 예산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내어 “야당이 막무가내식 예산 발목잡기로 민생을 사지로 몰아넣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4대강 예산은 성역이라서 손 못 댄다, 준예산으로 가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국민과 야당을 협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야 내부에선 준예산 편성이라는 ‘헌정 초유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고 있다. 국회가 타협에 실패해 실제로 준예산 편성이 이뤄질 경우, 여당은 ‘정치적 무능’, 야당은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예결위원은 “준예산이 편성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여야 모두 공멸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국회 해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도 “국회도 망신이고 청와대도 신뢰를 크게 잃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청와대와 여야 지도부 모두 스스로의 책임은 들여다보지 않고, 잘못될 경우 빠져나갈 면피용 구실 찾기에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지도부 책임론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원내 지도부 총사퇴 요구 등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정세균 민주당 대표(왼쪽 둘째)가 25일로 9일째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농성중인 민주당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미경 사무총장, 정 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문학진 의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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