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스스로 ‘제3국 탈북자’라 부른다. 중국·러시아에도 탈북자가 있지만, 두 나라는 한국 또는 서방 국가로 향하는 중간기착지이므로 중·러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제3국 탈북자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법적 지위를 기준으로 보면, 제3국 탈북자에는 크게 3종류가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심사를 거쳐 난민 자격을 얻거나, 해당 국가로부터 망명자 지위를 얻거나, 여행비자 등으로 입국한 뒤 불법체류하는 경우 등이다.
제3국 탈북자의 정확한 규모는 밝혀진 바 없다. 유엔난민기구의 공식 통계, 각국 정부 통계, 탈북자 단체, 탈북 관련 선교단체, 난민·망명 전문 변호사 등의 증언을 종합해 제3국 탈북자 수를 추산해 보았다.
■ 정확한 통계는 난민뿐 유엔난민기구의 통계를 보면, 2010년 말 현재, 세계적으로 1194명의 탈북자가 난민 지위에 있거나 망명 신청 단계에 있다. 2000년엔 67명에 불과했지만, 2002년 300명을 넘긴 뒤 2007년 842명, 2008년 1097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 오는 탈북자가 2006년 이후 매년 2000~3000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다.
‘출신 국가로 돌아갈 경우, 인종·종교·국적·신분·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박해 받을 공포’가 있다고 판단되면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얻으면, 정착하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여 해당 국가 대사관의 입국 심사를 받게 된다.
유엔난민기구 자료를 보면, 2010년 현재 영국에는 581명, 독일에는 146명의 탈북 난민이 살고 있다. 미국 정부 자료를 보면, 2011년 6월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 난민은 모두 122명이다.
해당 국가의 입국 심사를 기다리지 못해 중도에 미국행을 포기하는 탈북자들도 많다. 미국 회계감사국(GAO)이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북한 난민 재정착과 망명 실태> 보고서를 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43명의 탈북자가 난민 지위를 얻어 미국행을 신청했으나 107명이 스스로 신청을 취소했다. 1년 안팎의 심사 기간을 기다리지 못한 것이다.
■ 그마저도 영주권자는 통계 제외 유엔난민기구의 통계에는 제3국에서 영주권을 얻은 탈북자는 빠져 있다. 미국 정부 발표 자료를 보면, 2010년 말까지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온 탈북자는 100여명이다. 그런데 유엔난민기구 통계에는 25명의 탈북 난민만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온다. 나머지 70여명은 미국 입국 이후 영주권을 얻은 경우로 추정된다. 유엔난민기구는 영주권자가 아닌 순수 난민만 집계·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난민기구의 자료조차 제3국 탈북자의 실제 규모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공식적으로는’ 1194명의 탈북 난민이 제3국을 택했지만, 해당 국가에서 영주권을 얻은 경우를 더하면 그 수는 더 불어난다.
■ 망명 신청자와 불법체류자 난민이나 영주권자보다 더 많은 것은 불법체류자다.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한국으로 들어와 국적을 취득한 뒤 다시 미국·유럽으로 출국한 경우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해당 국가에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한다. 한국 여권을 들고 미국에 들어간 뒤 “본국에 돌아가면 (차별과 위협을 당할) 공포가 있어 보호가 필요하다”며 미국 정부에 거주 승인을 요청하는 것이다. 한국 국적 탈북자의 망명 신청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대신 망명 심사 과정이 길어질수록 탈북자의 체류 기간도 늘어난다. 최종적으로 망명 신청을 거부당해도,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눌러앉아 불법체류자가 된다. 불법체류자가 된 탈북자의 규모를 알려주는 통계는 없다.
이런 실태를 참작하여 난민·영주권자·망명신청자·불법체류자를 모두 합하면 최소 400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거주한다는 게 현지 선교단체·탈북자 등의 추산이다. 캐나다에는 300여명의 탈북자가 난민 자격으로 거주하거나 입국 심사를 받고 있다. 영국은 공식 난민 581명을 포함해 600명 이상, 독일은 영주권을 취득한 탈북자를 포함해 1300명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이런 실태를 참작하여 난민·영주권자·망명신청자·불법체류자를 모두 합하면 최소 400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거주한다는 게 현지 선교단체·탈북자 등의 추산이다. 캐나다에는 300여명의 탈북자가 난민 자격으로 거주하거나 입국 심사를 받고 있다. 영국은 공식 난민 581명을 포함해 600명 이상, 독일은 영주권을 취득한 탈북자를 포함해 1300명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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