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월1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좋은 정치 실현을 위한 고양무지개연대 발기인대회 및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고양 무지개연대 ‘분열의 상처’
<한겨레>는 지난 6월부터 한달여 동안 피앤시(P&C)정책개발원과 공동으로 통합진보당 5개 정파 및 진보신당·녹색당 평당원들을 표적심층면접조사(FGI)했다. 진보 연대의 모범으로 꼽혔던 경기도 고양시 ‘무지개연대’의 현재를 살피는 한편,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갈등의 소지는 여전하고, 진보정치가 갈 길도 아득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고양시 ‘야권 단일화 승리’ 대명사
당 폭력사태 후유증 극복 못해
“진보 깬 욕심” “패권괴물 취급”
방향 잃은 ‘진보 현주소’ 그대로 지난 5월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광장에서 통합진보당원 이호정(50·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씨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 나타나는 거야!” 이씨 앞에는 또다른 통합진보당원 최아무개(42)씨 등 3명이 서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가한 고양지역 시민 100여명의 시선이 이씨와 최씨에게 쏠렸다. 이씨의 얼굴은 벌게졌고 최씨의 얼굴은 굳어졌다. 최씨 등은 멀찍이 서서 추모 영상을 본 뒤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2010년 처음 만났다. 당시 이씨는 국민참여당원이었고 최씨는 민주노동당원이었다. 그래도 뜻을 합쳤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양지역 야권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뭉쳤다. 정치 지향이 다른 이들끼리 연대한다는 뜻에서 ‘무지개연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사람은 함께 현장을 누볐다. 유권자들도 호응했다. 2010년 6월 야권 단일후보를 고양시장에 당선시켰다. 약 10년 만에 지자체 차원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급기야 이씨와 최씨는 2011년 12월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에서 같은 정당의 당원이 됐다. 지난 4월 총선 때도 이들은 함께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 진보정당의 미래를 설파했다. 통합진보당은 고양 덕양갑 지역구에서 심상정 후보를 당선시켰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그때만 해도 진보를 위한 연대의 활력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 5월12일 무지개연대의 땅 고양 킨텍스에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당내 경선부정 의혹과 관련해 큰 싸움이 일었다. 옛 당권파는 단상에 올라 난동을 부렸다. 당원인 이호정씨는 인터넷 생중계로 이를 지켜봤다. 일주일 뒤 이씨가 노 전 대통령 추모제에서 마주친 최씨는 옛 당권파였다. “대의 앞에 욕심을 버리는 게 진보인데, 옛 당권파들은 정파적 욕심만 부린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복원되지 못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수습책이 쏟아져도 풀뿌리 진보정치를 일구려던 고양지역에서 ‘진보 내부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2010년 12월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무지개연대의 틀은 이어졌지만, 최근 분위기는 냉랭하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운영회의에서 마주 앉아도 서로 할 말만 하고 헤어지거나 사소한 일로 말싸움을 벌이며 감정대립을 한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옛 당권파 소속으로 꼽히는 통합진보당원 임헌용(44)씨도 속에서 치미는 바가 있다. 그는 무지개연대를 발기한 주역 가운데 하나다. “지역에서 열심히 연대의 기틀을 닦은 내가 순식간에 ‘패권에 집착하는 괴물’처럼 인식되어 패닉상태”라고 임씨는 말했다. 옛 당권파와 새 당권파의 신경전을 지켜본 시민단체 활동가 이정우(가명·46)씨는 “마주 앉아 얼굴 대하는 것조차 껄끄러워하는 모습이 마치 합의이혼 직전의 부부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힘을 모아 당선시킨 한 도의원은 “요즘 주민들 얼굴 보기가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겨우 고개를 내민 진보정치의 싹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이질적 정파들 권력쟁취 위해 무조건 헤쳐모인 게 패착” 한쪽은 한쪽에게 불신을 거둘 수가 없다
한쪽은 다른 한쪽에게 섭섭하고 답답하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그래도 사람들은
연대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
“당 지도부가 갈등 빨리 해결해야
풀뿌리 연대조직이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화정(가명·40)씨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때 진보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당권파의 패권적 행태에 환멸을 느꼈다”고 김씨는 회고했다. 그랬던 김씨가 지난해 통합진보당 창당과 함께 진보신당을 탈당했다. 진보정치의 토대를 확장하려면 당권파와도 연대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지난 5월 발생한 당내 경선부정 및 폭력 사태는 김씨의 결심을 다시 흔들고 있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를 김씨는 인터넷으로 지켜봤다. 그와 함께 활동해온 옛 당권파 소속 당원들의 모습이 계속 보였다. 유시민 대표 등이 그들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그날 이후 마음으로부터 그들과 선을 긋게 됐어요.” 김씨는 씁쓸하게 말했다. 다시 불거진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고양시에서 풀뿌리 지역운동을 한 통합진보당 당원 김이현(가명·54)씨는 옛 당권파가 벌이는 활동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얼마 전 옛 당권파들이 고양시 지원을 받아 비정규직 지원센터를 만들었어요. 좋은 단체를 세운 건 분명한데, 속으로는 ‘저 사람들 또 세력 확장하려고 뭐 하나 만들었구나’ 했죠.” 국민참여당 당원이었다가 통합진보당 창당에 합류한 김씨는 “최근 들어 옛 당권파의 순수성을 계속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옛 당권파에 속한 임헌용(44)씨는 그런 상황 앞에 풀죽어 있다. 그는 기운없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하철 노조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한 그는 풀뿌리 진보정당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다. ‘무지개연대’가 처음 발기할 때도 앞장섰다. 지난 5월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현장에 임씨도 있었다. 그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하려는 당 지도부가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도부를 향해 목청 높여 맹렬히 항의하는 모습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그 뒤로 다른 동료들이 저더러 ‘너도 당권파였어?’ 하고 물어요. 그냥 웃을 뿐이죠.” 임씨는 자신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가장 괴롭다. 실의에 빠진 그는 5월12일 이후 아무 활동도 못하다가 최근에야 다시 기운을 추스르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당의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요. 그걸 ‘패권주의 괴물’이라 비난하면 누가 이 척박한 상황에서 별다른 이익도 없는 진보정치 활동을 하겠습니까.” 섭섭하고 답답한 심정을 임씨는 감추지 못했다. 옛 당권파의 대표적 패권주의 행태로 꼽히는 이른바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불만이 많다. 당권파 소속 당원들이 지구당을 장악하려고 집단적으로 주소지를 옮긴다는 비난이 경선부정 파동 이후 다시 제기된 것이다. “운동을 확장하려면 사는 곳을 옮겨다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16년 전 처음 여기 왔을 때 고양시에는 온통 보수세력뿐이었어요.”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까지, 군부대가 많은 고양에선 보수정당의 위세가 강했던 것이다. “나중에 서울 구로나 경기 동부 등에서 일했던 활동가들이 고양으로 옮겨오면서 진보정치의 터전이 마련된 거지요.” 밑바닥 민심을 일군 그들에 의해 고양은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꽃피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조합원만 6000여명이다. “그런 오늘을 위해 청춘을 바친 (옛 당권파) 활동가들이 정말 뭘 잘못한 건가요?” 임씨가 물었다. 적어도 풀뿌리 정치의 수준에서 ‘북한 문제’는 심대한 장애물은 아니었다. 이춘열 전 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은 “함께 모여 일할 때부터 옛 당권파의 친북성향은 서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최근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이념 차이가 아니라 정파간 운동 문화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보수언론이 벌인 ‘종북 논란’의 후유증이다. 경선부정과 폭력 사태가 가라앉더라도 통합진보당 하면 ‘친북’부터 떠올릴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풀뿌리 활동가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다. 당원인 김화정(가명)씨는 “이제라도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 등에 대해 서로 합리적·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될 텐데, 여전히 아무 말도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옛 당권파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옛 당권파로 분류되는 고양시 출신의 한 경기도의원은 “반공이 아니라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조중동식 사상검증일 뿐”이라며 “(옛 당권파가) 북한과 내통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말도 안 되고, 북한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것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갈등이 빨리 봉합돼야 대선을 치를 수 있다”면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껄끄러워했다. 북한 문제가 당내 균열의 빌미가 될 가능성은 여전한 것이다. 무지개연대의 산파 노릇을 한 이춘열 전 위원장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가득했다. “이질적 문화를 갖고 있는 정파들이 권력 쟁취를 위해 통합진보당으로 ‘무조건 헤쳐모여’ 한 것이 패착인 것 같아요.” 이 전 위원장은 “합당이 아니라 사안별로 연대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본 고양지역 진보신당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진보정당 간 연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진보신당 소속의 최재연 경기도의원은 “프랑스를 보면 극우부터 극좌까지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다양한 정당이 하나로 합치지 않고 따로 활동하며 사안별로 연대한다”며 “우리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다양한 정당으로 존재하되 선거에 임해서는 단일후보를 내는 정책연대를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원들은 선거에 집착하는 진보정당 활동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지개연대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녹색당원 김건수(가명·46)씨가 보기에 “통합진보당은 풀뿌리 지역운동을 버리고 국회 의석수와 당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구태 정당”이다. 김씨는 통합진보당 사태의 해결보다는 풀뿌리 지역운동의 활성화에 진보정치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무지개연대의 성취를 기억하는 진보정당 사람들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김화정씨는 “당 지도부가 양쪽의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풀뿌리 연대조직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재현 이정국 엄지원 기자 cataluni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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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다른 한쪽에게 섭섭하고 답답하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그래도 사람들은
연대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
“당 지도부가 갈등 빨리 해결해야
풀뿌리 연대조직이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화정(가명·40)씨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때 진보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당권파의 패권적 행태에 환멸을 느꼈다”고 김씨는 회고했다. 그랬던 김씨가 지난해 통합진보당 창당과 함께 진보신당을 탈당했다. 진보정치의 토대를 확장하려면 당권파와도 연대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지난 5월 발생한 당내 경선부정 및 폭력 사태는 김씨의 결심을 다시 흔들고 있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를 김씨는 인터넷으로 지켜봤다. 그와 함께 활동해온 옛 당권파 소속 당원들의 모습이 계속 보였다. 유시민 대표 등이 그들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그날 이후 마음으로부터 그들과 선을 긋게 됐어요.” 김씨는 씁쓸하게 말했다. 다시 불거진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고양시에서 풀뿌리 지역운동을 한 통합진보당 당원 김이현(가명·54)씨는 옛 당권파가 벌이는 활동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얼마 전 옛 당권파들이 고양시 지원을 받아 비정규직 지원센터를 만들었어요. 좋은 단체를 세운 건 분명한데, 속으로는 ‘저 사람들 또 세력 확장하려고 뭐 하나 만들었구나’ 했죠.” 국민참여당 당원이었다가 통합진보당 창당에 합류한 김씨는 “최근 들어 옛 당권파의 순수성을 계속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옛 당권파에 속한 임헌용(44)씨는 그런 상황 앞에 풀죽어 있다. 그는 기운없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하철 노조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한 그는 풀뿌리 진보정당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다. ‘무지개연대’가 처음 발기할 때도 앞장섰다. 지난 5월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현장에 임씨도 있었다. 그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하려는 당 지도부가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도부를 향해 목청 높여 맹렬히 항의하는 모습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그 뒤로 다른 동료들이 저더러 ‘너도 당권파였어?’ 하고 물어요. 그냥 웃을 뿐이죠.” 임씨는 자신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가장 괴롭다. 실의에 빠진 그는 5월12일 이후 아무 활동도 못하다가 최근에야 다시 기운을 추스르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당의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요. 그걸 ‘패권주의 괴물’이라 비난하면 누가 이 척박한 상황에서 별다른 이익도 없는 진보정치 활동을 하겠습니까.” 섭섭하고 답답한 심정을 임씨는 감추지 못했다. 옛 당권파의 대표적 패권주의 행태로 꼽히는 이른바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불만이 많다. 당권파 소속 당원들이 지구당을 장악하려고 집단적으로 주소지를 옮긴다는 비난이 경선부정 파동 이후 다시 제기된 것이다. “운동을 확장하려면 사는 곳을 옮겨다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16년 전 처음 여기 왔을 때 고양시에는 온통 보수세력뿐이었어요.”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까지, 군부대가 많은 고양에선 보수정당의 위세가 강했던 것이다. “나중에 서울 구로나 경기 동부 등에서 일했던 활동가들이 고양으로 옮겨오면서 진보정치의 터전이 마련된 거지요.” 밑바닥 민심을 일군 그들에 의해 고양은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꽃피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조합원만 6000여명이다. “그런 오늘을 위해 청춘을 바친 (옛 당권파) 활동가들이 정말 뭘 잘못한 건가요?” 임씨가 물었다. 적어도 풀뿌리 정치의 수준에서 ‘북한 문제’는 심대한 장애물은 아니었다. 이춘열 전 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은 “함께 모여 일할 때부터 옛 당권파의 친북성향은 서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최근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이념 차이가 아니라 정파간 운동 문화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보수언론이 벌인 ‘종북 논란’의 후유증이다. 경선부정과 폭력 사태가 가라앉더라도 통합진보당 하면 ‘친북’부터 떠올릴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풀뿌리 활동가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다. 당원인 김화정(가명)씨는 “이제라도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 등에 대해 서로 합리적·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될 텐데, 여전히 아무 말도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옛 당권파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옛 당권파로 분류되는 고양시 출신의 한 경기도의원은 “반공이 아니라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조중동식 사상검증일 뿐”이라며 “(옛 당권파가) 북한과 내통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말도 안 되고, 북한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것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갈등이 빨리 봉합돼야 대선을 치를 수 있다”면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껄끄러워했다. 북한 문제가 당내 균열의 빌미가 될 가능성은 여전한 것이다. 무지개연대의 산파 노릇을 한 이춘열 전 위원장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가득했다. “이질적 문화를 갖고 있는 정파들이 권력 쟁취를 위해 통합진보당으로 ‘무조건 헤쳐모여’ 한 것이 패착인 것 같아요.” 이 전 위원장은 “합당이 아니라 사안별로 연대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본 고양지역 진보신당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진보정당 간 연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진보신당 소속의 최재연 경기도의원은 “프랑스를 보면 극우부터 극좌까지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다양한 정당이 하나로 합치지 않고 따로 활동하며 사안별로 연대한다”며 “우리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다양한 정당으로 존재하되 선거에 임해서는 단일후보를 내는 정책연대를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원들은 선거에 집착하는 진보정당 활동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지개연대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녹색당원 김건수(가명·46)씨가 보기에 “통합진보당은 풀뿌리 지역운동을 버리고 국회 의석수와 당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구태 정당”이다. 김씨는 통합진보당 사태의 해결보다는 풀뿌리 지역운동의 활성화에 진보정치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무지개연대의 성취를 기억하는 진보정당 사람들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김화정씨는 “당 지도부가 양쪽의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풀뿌리 연대조직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재현 이정국 엄지원 기자 cataluni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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