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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가진자의 도덕적 책무”…안철수식 ‘큰정치’ 촉각

등록 2011-11-14 22:05수정 2011-11-15 17:08

안철수, 1500억 사회 환원
재단 설립 뜻 지난달 중순부터 지인에 전해
“한나라 정치적 압박에 계획 앞당겨” 해석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밝힌 사회공헌 계획은 느닷없이 나온 게 아니라 ‘오래된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청춘콘서트를 다니면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의 실천을 강조했는데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했던 구상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안 원장은 그동안 몇몇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전사회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캠페인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영국에서 시작돼 세계적인 화제가 된 ‘레거시 10’(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서약을 유언장에 남기자는 운동)과 유사한 모델을 검토했다고 한다.

안 원장이 이날 밝힌 출연 규모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안철수연구소(안랩) 보유 지분 절반인 1500억여원이다. 안철수 원장 주변에선 이 정도가 안랩의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최대치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안랩의 창립자이기도 한 안 원장의 현재 지분은 37.1%다.

안 원장 주변에선 “기본적인 경영권 보호 장치를 사회가 고민해준다면 안 원장은 지분을 더 내놓을 수도 있다. 안랩의 지분을 재산이라기보다는 지켜야 할 가치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논의가 가시화한다면, 사회적 기업에 황금주 등의 경영권 보장 장치를 주고 기부 확산을 꾀하자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

안 원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재단 설립 뜻을 주변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가 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은 이달 초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재계의 한 대외협력 담당 임원은 “이달 초 정치권에서 안 원장이 자신의 지분을 처분해 재단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3000억원에 이르는 지분을 한꺼번에 받아줄 곳이 없어 고심중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재단 설립을 본격적인 정치행보의 시작으로 해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미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그의 1500억원대 재산 기부는 본인의 진의와 무관하게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에선 그의 많은 재산이 대선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를 공공연하게 해온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선 대선행보를 겨냥한 정밀한 계산에서 비롯된 기부라기보다는 ‘안철수식 큰 정치 행보’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최근의 ‘정치적 압박’과 관련 있다는 해석도 일부 나온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대한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예산지원 중단 압력, 안철수연구소 주도의 컨소시엄에 대한 국회의 예산삭감 시도,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의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특별점검 등 정부·여당의 잇단 ‘견제구’가 그의 재산 기부 계획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안 원장은 이날 편지에서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대신 안 원장은 자신의 10년 전 저서 <시이오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2001)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기부의 뜻이 자신의 오랜 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그의 주변 인사들도 재산 기부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으로 구석에 몰려 있을 때 꺼내들 것이지 지금 벌써 그런 카드를 꺼내들었겠느냐며 의도의 순수함을 강조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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