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안철수 후보가 4일 오전 전북 익산 신용동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 원불교 제14대 종법사 취임식에 참석해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익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물꼬 튼 단일화 쟁점과 전망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회동이 전격 성사되면서 18대 대선이 마침내 단일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두 후보의 6일 만남이 후보 단일화로 무난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
두 후보는 배석자 없이 일단 만나기로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과 일정은 완전 백지상태다. 그동안 실무선의 교감이나 대화는 전혀 없었다. 11월25일 후보등록 이전까지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짓고 실제 단일화를 이뤄내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후의 협상에서 두 후보와 후보의 대리인들은 몇 가지 쟁점을 놓고 치열한 논쟁과 합의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째, 단일화의 ‘방식’이다. 양쪽 모두 어떻게 해야 지지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지 ‘명분’이 필요하다. 동시에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후보’가 이길 수 있는지 ‘이해’를 따질 수밖에 없다. 명분과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쪽은 선거인단에 의한 경선을 선호한다. 여론조사는 과학성을 의심받고 있는데다, 승부가 오차범위 안에서 갈렸을 때 지지자들이 승복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내심은 민주통합당의 조직력을 믿는다. 안철수 후보 쪽은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한다. 후보등록 전까지 시간이 없고 선거인단에 의한 경선은 불공정하다는 것이 명분이다. 그러나 내심은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앞서고 있는 최근 여론조사 수치를 믿는다.
양쪽의 주장이 아직은 팽팽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지난 4일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인단 방식을 배제하고, 여론조사 및 배심원단에 의한 후보 선출을 받아들일 여지를 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론조사 설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배심원단을 구성한다면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하나하나가 다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첨예한 쟁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은 안철수 후보가 다소 높게 나오지만, 야권단일 후보 적합도는 엇갈리게 나온다.
담판에 의한 단일화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후보를 양보하는 쪽 지지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 채택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뽑힌 사람이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은 ‘안철수 대통령’을 원한다. 담판으로 결론이 나면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할 위험이 있다.
둘째, 공동정부의 내용과 형식이다. 후보 단일화는 대통령 후보를 한 사람으로 정하는 절차인 동시에, 두 정치 세력의 연합이다.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떻게 정권을 함께 운용할 것인지 권력분담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이 되면 헌법에 따라 책임총리와 권한을 나누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 후보 쪽에서도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분담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번 단일화 협상은 실무선의 사전 대화 없이 두 후보의 회동부터 전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2002년과 크게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6일 회동에서 단일화의 방식과 공동정부 구성안에 대해 큰 가닥을 잡아주면, 의외로 앞으로의 협상이 순조로울 수도 있다. 어떻게 될 것인지는 두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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