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못잖게 세진 역풍
선거 이용하려다 타격 받기도
과거엔 안보위기 자극하면
유권자에게 먹히는 경향
97년 대선이후 북풍 힘잃어
전문가들 전망은 갈려
“박에 유리” “정부실정 부각”
선거 이용하려다 타격 받기도
과거엔 안보위기 자극하면
유권자에게 먹히는 경향
97년 대선이후 북풍 힘잃어
전문가들 전망은 갈려
“박에 유리” “정부실정 부각”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북 로켓’ 대선 영향은 선거를 앞둔 대북 및 안보 관련 쟁점을 흔히 ‘북풍’이라고 한다. 북풍이 국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다. 북풍 그 자체보다도 북풍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선거에 더 예민하게 영향을 준다. 집권세력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게 최근 경향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12일 “이미 보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해 있는 상황이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소식을 국민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보수 쪽으로 이동하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연철 교수(인제대 통일학부)는 좀 다르게 진단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된 정보를 이명박 정부가 잘못 해석하고 판단했다. 실패한 외교와 무능한 안보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새누리당은 색깔론을 제기하겠지만 현 집권세력이 정보 수집과 판단에서 실패했다는 점이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대선 전략을 들여다 보면, 박근혜 후보가 아무래도 좀 곤혹스럽게 됐다. 지금까지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민생 실패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 발사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훨씬 더 돋보인다.
상황이 다급해지면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 보수언론이 ‘종북좌파 척결’을 들고 나올 수도 있지만, 문재인 후보가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후보는 공수특전단 출신이다. 자칫하면 박근혜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안보관계 장관들이 대부분 군미필자라는 점만 더 부각될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2005~2006년 당내 대선후보 경쟁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줄곧 앞섰지만 2006년 추석 때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경선에서 패배한 일이 있다. 북한과는 악연인 것이다.
북풍보다는 역풍이 더 큰 변수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역대 보수 정권이 안보를 국내정치에 악용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은 물론이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안보 위기를 자극하면 무조건 보수가 덕을 봤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트라우마가 유권자들 가슴 속에 잠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북한군의 판문점 무력시위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집권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기부가 개입해 재미교포 윤홍준씨에게 김대중 후보와 북한 고위인사의 커넥션을 폭로시켰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가까운 사람들이 북한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미수에 그쳤다. 이때부터 북풍의 위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사흘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6·15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새천년민주당은 의석을 늘렸지만 예상을 깨고 1당은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대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이 보수 성향 및 영남 지역 유권자들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북풍보다 역풍이 강했던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이 침몰했고 북한산 어뢰 잔해가 발견됐지만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집권세력이 안보를 선거에 지나치게 이용하려다가 역시 역풍을 맞은 것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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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로켓’ 대선 영향은 선거를 앞둔 대북 및 안보 관련 쟁점을 흔히 ‘북풍’이라고 한다. 북풍이 국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다. 북풍 그 자체보다도 북풍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선거에 더 예민하게 영향을 준다. 집권세력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게 최근 경향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12일 “이미 보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해 있는 상황이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소식을 국민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보수 쪽으로 이동하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연철 교수(인제대 통일학부)는 좀 다르게 진단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된 정보를 이명박 정부가 잘못 해석하고 판단했다. 실패한 외교와 무능한 안보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새누리당은 색깔론을 제기하겠지만 현 집권세력이 정보 수집과 판단에서 실패했다는 점이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대선 전략을 들여다 보면, 박근혜 후보가 아무래도 좀 곤혹스럽게 됐다. 지금까지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민생 실패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 발사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훨씬 더 돋보인다.
박근혜 문재인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북한의 로켓이 발사된 1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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