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복지정당 맞나” 비판
반대 서명 하룻만에 흐지부지
반대 서명 하룻만에 흐지부지
박근혜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반대 서명에 나섰던 민주당이 하루 만에 물러섰다. 김한길 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거리에서 하는 서명운동보다는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대안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의총 1시간 전 서울 여의도에서 ‘중산층·서민 세금폭탄저지 특별위원회’ 발족식을 했는데, 이 기구는 출범하자마자 할 일이 없어졌다.
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두가지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 중산층의 추가부담을 ‘폭탄’이라고 표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반대 명분이 사라졌다.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민심의 분노에 대한 대국민 항복 선언”이라고 규정하며 “박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세출예산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 예산 축소, 조세정의 실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복지재정이 더 필요하면 여야간 진지한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세금폭탄론에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이명묵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대표 등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개편은 다수 중하위계층에 세금감면을 늘리고 상위계층에 세금 책임을 강화하는 일”이라며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담긴 소득세 개편 내용을 전향적 조처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은 세금폭탄 운운하며 조세 저항을 조장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대신 세법개정안에 부족한 기업의 조세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복지단체의 민주당 비판은 ‘정책적 가치’와 ‘정치적 현실’의 갈등 측면이 있다. 복지 전문가들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반면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은 당장 정치적 반사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교수(제주대)는 “중도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을 주축 삼아 민주진보의 방향으로 복지국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당이 보수적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전매특허인 세금폭탄론을 꺼내들었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자살행위다”라고 비난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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