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해서 말하거나 큰소리 안쳐
책상 한켠 ‘신발끈 고쳐매는 사진’
책상 한켠 ‘신발끈 고쳐매는 사진’
유정복 당선자 집무실은 단출했다. 책상, 업무보고 서류, 컴퓨터가 전부였다. 구호나 이름이 적힌 펼침막이나 흔한 그림 액자도 없었다. 다만, 책상 한 귀퉁이에 놓인 손바닥만한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선거운동 중에 한 시민이 찍으신 건데, 며칠 전에 보내주셨더라고요.” 사진 속에는 붉은 옷을 입은 유 당선자가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있었다. 그는 “신발 끈을 다시 매고 새롭게 달리는 것처럼, 새로운 출발에 앞서 이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고 말했다.
유 당선자는 23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여년가량 행정 경험을 했다. 3선 국회의원이지만, 여전히 정치인보단 행정가 모습이 짙다. 포장해서 말하거나 일단 큰소리부터 치고 보는 형태와는 거리를 뒀다.
인천에 있는 유일한 중앙행정기관인 해양경찰청이 해체 수순에 들어가면서, 인천 지역에서는 (대신) 국가안전처를 인천으로 갖고와야 한다는 일부 정치인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국가안전처가 속한 총리실은 세종시에 있고, 통일·외교·국방 등의 부처는 서울에 있다. 국가안전을 담당하는 안전처는 이들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인천에 와야 한다고 무턱대고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24조원의 예산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종이를 꺼내 숫자를 하나하나 써가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역 현안 등 시정 관련 질문은 말을 끊지 않으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개각 등 정치적 영역으로 들어가니 입이 무거워졌다. 여러차례 질문을 하고 자세히 따져 물어야 겨우 어렴풋한 답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인천/김경욱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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