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첫 순방국인 콜롬비아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 군항공수송사령부에 도착, 콜롬비아 측 환영인사들의 영접을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보고타=연합뉴스)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16) ‘유체이탈 화법’은 제발 그만
측근들 불법 정치자금에도 남 말하듯 “부패 용납안해”
‘성완종 리스트’ 부정부패의 최대 수혜자는 박 대통령
측근들 불법 정치자금에도 남 말하듯 “부패 용납안해”
‘성완종 리스트’ 부정부패의 최대 수혜자는 박 대통령
“1년 전 오늘, 우리는 온 국민에게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세월호 사고로 너무나 소중한 많은 분들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갑자기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비통한 심정과 남아 있는 가족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고통의 무게를 생각하면, 저는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마음이 무겁고 아픕니다.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다 속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9명의 실종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옵니다. 오늘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여 지난 아픈 1년의 시간들을 추모하고 그분들의 넋을 국민과 여러분과 함께 기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갑자기 가족을 잃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이 지워지지도 않고 늘 가슴에 남아서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제 삶을 통해서 느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가신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통에서 벗어나셔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좌절은 희망을 잃게 하고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갑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 살아나가야만 합니다.”어떻습니까? 도식적이고 상투적인 어투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저는 그래도 ‘갑자기 가족을 잃은 고통’이라는 대목이나 ‘좌절은 희망을 잃게 하고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간다’는 대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 일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출국 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입니다. 이완구 국무총리 거취는 “(중남미 순방을) 다녀온 뒤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행입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남겨놓고 무책임하게 그냥 출국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세월호와 승객들을 팽개치고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처럼 말입니다.(▷ 관련 기사 : 선장의 탈출과 대통령의 출국) 물론 국무총리를 사퇴시키고 특검 수용을 확실하게 결정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 이 정도 매듭을 지어놓고 출국하는 것만도 ‘잘했다’는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대통령이 도망치듯 해외로 나간 사이에 리더십이 완전히 무너진 이완구 국무총리가 국정을 이끄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면했기 때문입니다. ‘성완종 리스트’ 8명중 7명이 친박…여전히 ‘남 일’ 말하듯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 뒤에 결국 이완구 국무총리를 사퇴시키고 특검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전에 두 가지 큰 과제를 봉합이라도 해 놓고 떠나는 것을 보고 저는 “그래도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상식은 남아 있었구나.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한 가지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입니다. 유체이탈(遺體離脫)은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벗어나는 현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 점검회의를 했습니다. 발언 내용 중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사 과정에서 최근에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 문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일입니다. 저는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한번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놔두고 경제 살리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겠고, 여러분들과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있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이나 중단됨이 없이 반드시 해내겠다 하는 그런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얘기인데 “저는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나오는 8명 가운데 7명이 친박근혜 인사입니다. 이들이 받았다는 돈은 대부분 2007년 경선자금, 2012년 대선자금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돈이라는 얘깁니다. 불법 정치자금의 수혜자가 불법 정치자금을 처단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20일 대선에서 당선된 다음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맨 앞줄의 김용준(오른쪽 두번째)·정몽준(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의 바로 뒷줄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앉아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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