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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권 심판론 쏟아지는데…세 후보 오차범위 내 ‘혼전’

등록 2015-04-26 21:21수정 2015-04-28 10:22

4·29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정동영 무소속 후보(왼쪽부터)가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4·29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정동영 무소속 후보(왼쪽부터)가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르포]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현장
이달초까지 새누리 앞서…‘성완종 리스트’ 뒤 야권 상승세
3:3:3 판세…정동영-정태호 팽팽할수록 오신환 후보에 유리
“광주서을을 빼고 세군데는 다 박빙이다.”(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4대 0으로 승리할 수 있지만, 4대 0으로 패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전략홍보본부장)

국회의원 의석 4석이 걸린 4·29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6일, 여야의 핵심 당직 의원들은 막판 판세를 ‘초박빙’으로 진단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은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성남 중원 등 수도권 3곳과, 광주 서을 1곳까지 모두 네 곳에서 치러진다. 초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관악을의 표심을 25~26일 이틀간 <한겨레> 기자들이 훑어봤다.

주민들은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선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번에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4·29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관악을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 이후 상황이 어지러워졌다.

25~26일 이틀 동안 관악을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특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말하기 어려워하면서도 ‘정권 심판론’만큼은 분명히 이야기했다. 난곡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영훈(58)씨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 자원외교 비리 의혹,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규명된 게 없다”며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박근혜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원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지혜(31)씨도 “어떤 후보를 뽑을지 고민했는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관악 유권자 지형은 여당 3, 야당 6, 기타 1의 비율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봐도 당시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관악 득표율은 각각 63.4%와 35.7%였다.

선거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을 기록한 오신환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 이후 지지율이 빠지고 있지만, 30%대는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여권 지지층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지난 27년간 야당 국회의원이 나온 관악의 낙후된 도시기반과 지역경제를 이유로 ‘야권 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신사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66)씨는 “이해찬 의원에서부터 김희철, 이상규 의원까지 야권 국회의원이 나왔지만 나아진 게 없다”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관건은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 ‘6’을 놓고 벌이는 야권 내부 싸움이다.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으면 오신환 후보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야권 지지층은 팽팽히 갈렸다. 대학동 고시촌에서 만난 서아무개(32)씨는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무소속보다 제1야당 후보인 정태호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며 “무소속 후보는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신림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지훈(27)씨도 “정동영 후보는 인지도는 높지만 ‘철새’ 이미지가 강해 어려울 것 같다”며 “표가 모일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도림천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김태종(72)씨는 달랐다. “지금 야당은 세월호 참사 때도 여당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만 보였고, 성완종 사태도 언론 보도에만 의존할 뿐 뭐 하나 속 시원히 밝혀낸 게 없다. 정동영 후보가 당선되면 힘있는 대안 세력으로 야권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난곡네거리 앞에서 만난 최규선(61)씨는 “1년짜리 국회의원에 정치 신인이 당선되면 국회 길 찾다가 임기 끝난다”며 “경험 있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막판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강석호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유권자들 사이에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많아 박빙 우세로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도 “야권 표가 정태호, 정동영 두 후보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어려울 수 있지만, 막판에 정동영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게 오히려 야권 후보 간 지지율 격차를 좁혀 우리 쪽 승산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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