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천정배 후보(오른쪽)가 29일 밤 광주 운천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부인 서의숙씨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광주/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광주 서구을
천 ‘호남정치 복원’ 메시지
지역 유권자 소외감 파고들어
‘광주 흔들리면 정권교체 어렵다’
새정치 조영택 읍소 외에 ‘무전략’
천 ‘호남정치 복원’ 메시지
지역 유권자 소외감 파고들어
‘광주 흔들리면 정권교체 어렵다’
새정치 조영택 읍소 외에 ‘무전략’
새정치민주연합에 광주 서을 패배는 서울 관악을 패배보다 뼈아프다. 천정배 당선자와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의 득표차는 22.6%포인트나 됐다. 이 정도면 민심 이반을 넘어선 ‘반란’ 수준이다. 패배의 충격은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보다 새정치연합의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더 강하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 태풍’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안방’에 무소속으로 입성한 천정배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호남 정치 복원’과 ‘야권 재편’을 앞세워 새정치연합에 비판적인 민심을 파고들었다. 오승용 전남대 교수는 “천 당선자가 내걸었던 ‘호남 정치 복원’이란 메시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지역 유권자들이 갖고 있던 소외감과 박탈의식을 파고드는 선거전략으로는 효과 만점이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살려달라’는 읍소와 ‘광주가 흔들리면 정권교체가 어려워진다’는 협박 말고는 담론도, 전략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천 당선자는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며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한 세력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천 당선자 앞에 놓인 길은 △무소속 연대를 통한 독자 세력화 △호남 중심의 온건진보 신당 창당 △정의당·국민모임 등이 추진하는 진보 재편 흐름 합류 등 3가지다. 천 당선자 쪽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당분간 지역 시민사회 인사들과 지지자들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호남 중심의 세력화를 꾀하더라도 새정치연합 내 호남 세력과는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천 당선자 쪽은 “개혁의 대상과 손을 잡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정체성과 뜻이 맞아야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의당 등 진보 세력과는 느슨한 제휴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은 ‘패닉’ 상태다. 광주지역의 한 다선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며 한숨만 쉬었다.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당 관계자는 “인물·구도·전략 모두 총체적 실패였다. 당으로선 지난해 7·30 재보선 당시 순천·곡성을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내준 것 이상으로 충격이 크다”고 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제기될 ‘고강도 물갈이’ 요구에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패배 책임론에 휘말린 문재인 대표에게 호남의 인위적 물갈이를 감행할 동력이 있겠느냐”며 “박지원 의원 등 호남 구세력과 광주 기득권 세력이 손잡고 물갈이에 거세게 저항할 경우 당내 분란만 심화되고 총선에서의 개혁 공천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천 당선자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직후 “지역 유권자들의 생각을 따라 민의를 대변했을 뿐 선거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없다”며 “광주 정치를 바꾸고 호남 정치를 살려 야권의 전면 쇄신을 이루고, 이를 통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monad@hani.co.kr
이슈4·29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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