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여당 압승
정권의 핵심부 인사들이 거론된 ‘성완종 리스트’라는 초대형 악재를 뚫고 여당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향후 정국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사정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정국 냉각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편 등 현안 처리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선거 전날인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검찰에 지시한 바 있어, 사면 과정의 특혜 실체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발 사정바람이 정치권을 휘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강력한 사정 국면은 재보선 전패로 위기에 빠진 야당에 오히려 출구를 마련해 줄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해진 직후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선거 전날 ‘병상정치’를 하는 바람에 야당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강력한 투쟁에 나서면서 위기 국면을 타개할 시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이후 정국이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등 주요 쟁점 법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후 주례회동에서 공무원연금 처리 일정 협의에 나섰으나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거 전까지는 4월 국회 처리에 이견이 없었는데, 오후 들어 선거 결과가 야당에 불리한 것으로 예측되면서 야당의 입장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 승리가 당에는 오히려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여당이 잘했다기보다는 야당이 못해서 나온 결과”라며 “당이나 청와대가 성완종 리스트에 면죄부가 주어진 것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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