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웹·메신저 등 실시간 수집가능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 대량의 음성·데이터 감청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4일 미래창조과학부의 감청설비 인가대장을 분석해보니 국내의 한 통합 보안솔루션 전문업체ㄱ사가 2012년 10월 ‘국군 제1363부대’에 판매하기 위해 음성·데이터 감청장비 21대를 인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만 국내에서 감청장비를 거래할 수 있다. 송 의원은 “국군 제1363부대가 기무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무사가 대선 직전에 이처럼 감청장비를 대량 구매한 이유와 어떻게 사용됐는지 내역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무사가 ㄱ사로부터 사들인 감청장비는 종합정보통신망분석장비(6대)와 유선통신보안장비(15대) 등이다. ㄱ사의 홍보 자료를 보면, 이 장비들을 이용하면 전자우편·웹·메신저·파일 전송 등을 실시간 수집·분석할 수 있다.
지난 6월 현재, 국가기관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감청장비는 모두 367대인데, 2012년 기무사가 ㄱ사로부터 구입한 감청장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이나 기무사 등의 정보기관에서 쓰는 감청장비 보유대수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송 의원실에 따르면, ㄱ사가 2008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한 인터넷 감청장비는 모두 78대다. 하지만 미래부에 보고된 인터넷 감청장치는 단 1대 뿐이다. 나머지 77대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인 셈이다. 송 의원 쪽에서는 특히 2008년 이후 인가받은 78대의 장비 중 21대가 국군사이버사가 선거에 개입했던 2012년 대선 직전에 판매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감청 장비는 군사상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범죄 수사 목적으로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고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도 자료를 내어 “감청장비 노후로 2009년~2012년간 교체사업을 추진했고, 통신비밀보호법에 의거해 감청장비 교체현황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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