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물 추정 ID로 이메일
중국서 발생한 애로 해결책 물어
외교문제로 번질 여지도
중국서 발생한 애로 해결책 물어
외교문제로 번질 여지도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 ‘해킹팀’으로부터 구매한 스마트폰 감시 프로그램을 중국 안에서도 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프로그램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쓰였다는 첫 증거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외교적 파장이 일 수도 있어 주목된다.
이번에 유출된 해킹팀 내부 이메일 자료를 보면, 국정원 쪽에서 중국 내부에서 감시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애로사항을 문의한 내용이 나온다. 지난해 4월10일 해킹팀 내부 기술담당에게 발송된 메일에서 문의자는 ‘데빌엔젤1004’라는 지메일 아이디(develangel1004)를 쓰는 이다. 그는 “중국의 어떤 기기들(some devices in China)에서 지에스엠(GSM) 방식을 통한 수집 정보는 받아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는 것으로 나온다. 지에스엠(GSM)은 무선전화 통신방식으로 중국에서 사용되고 국내에선 쓰이지 않는다.
‘데빌엔젤’은 국정원 쪽 인물이 쓰는 주소로 추정된다. 해킹팀의 다른 내부 전자우편을 보면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한) 에스케이에이(SKA·국정원 지칭)와 연락하려면 develangel1004과 접촉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문의자는 이어 “그들(중국 정부)이 구글, 페이스북 등을 차단하듯이 우리의 가상서버(VPS) 인터넷주소(IP)도 차단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인터넷에 방화벽을 치고 페이스북 등 외국 서비스를 차단해오고 있다. 중국 안 누군가의 휴대전화에서 빼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외부(한국)에서 받아 보는 게 막히자, 이에 대한 해결책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컴퓨터 제조사인 ‘레노보’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기기도 해킹이 가능한지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킹팀은 답신에서 “유일한 방법은 중국 안에서 수집하는 것인 듯하다. 중국 내부 인터넷주소(IP)는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차단 대상)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우리 프로그램은) 레노보와 샤오미도 이미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시 대상이 누군지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이런 활동이 중국과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국 국적자가 대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러 기기들을 문의한 점으로 보아 대상자가 여럿이고, 중국 무선통신을 사용하는 이라는 정도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목표물이 중국 국적자라면 남의 나라 국민을 동의 없이 불법 감시한 중대한 정보인권 침해에 해당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면 외교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의해 미국이 독일·프랑스 등의 고위공무원과 시민들에 대해 휴대전화 감청 등을 벌였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우방 사이임에도 큰 외교적 파장이 일어난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 국정원 해킹·감청 의혹 규명 ‘독자와의 협업’ 제안합니다
<한겨레>가 선도적으로 취재·보도해온 ‘국가정보원 해킹·감청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독자와 시민 여러분께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을 통한 협업을 제안합니다.
국정원이 해킹 스파이웨어(RCS)를 구입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서 유출된 데이터는 400기가바이트(GB)에 이릅니다. <한겨레>가 독자적으로 검색·분석하기엔 너무 방대합니다. 국정원은 이 프로그램을 국내 사찰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여러 정황상 불법 사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해킹팀 내부 자료를 내려받아 음성파일 등을 열어보거나 ‘korea’, ‘devilangel’ 등 국정원 관련 키워드로 검색한 뒤 의심 가는 내용이 발견되면 이메일(rcs@hani.co.kr)로 알려주십시오. <한겨레>가 추가 취재해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나 컴퓨터·보안 전문가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유출 자료 전체>
ht.transparencytoolkit.org
hacked.thecthulhu.com/HT
njsq2jeyc527mol7.onion.city
hacking.technology/Hacked%20Team
kat.cr/usearch/Hacking%20Team%20Archive%20Part
<유출 이메일>
wikileaks.org/hackingteam/em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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