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이 27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현안질의에서 답변을 준비하다 입을 가리고 말하는 직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른 쪽 귀를 손으로 막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망 현장 먼저 파악한 정황
국정원 윗선 개입·방조 의혹
국정원 윗선 개입·방조 의혹
27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임아무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후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이나 방조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과 국정원 내부의 보안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정보위에서는 임씨의 사망 현장을 국정원이 먼저 파악하고서도 소방서 신고를 통한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발견한 것처럼 꾸민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해명은 임씨의 유족들이 ‘(임씨가) 출근한다며 오전 5시에 나간 뒤 오전 8시부터 10여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고, 소방관들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2시간이 지난 이날 정오 무렵 사망한 임 과장의 주검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정보위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보유한 휴대전화에는 국정원의 자체 위치추적장치가 깔려 있다는 점이 새롭게 확인됐다. 신 의원은 “국정원이 이 장치를 통해 임씨가 용인 저수지 인근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용인에 사는 국정원 직원을 보내 소방대원과 함께 임씨를 찾았다고 해명했지만, 언제 처음 임씨의 위치를 찾아냈는지에 대해서는 무조건 ‘모르겠다’는 식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임씨의 주검 위치 변경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나) 임씨의 사망 현장을 국정원이 언제부터 통제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원칙적으로 삭제가 불가능한 국가기밀인 국정원 자료를 4급 기술직인 임씨가 임의로 삭제할 수 있었던 과정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임씨는 지난 4월 승진과 함께 대전에 있는 타 부서로 전출됐다가 이번 사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잠시 파견을 나온 상태였다는 점은 ‘윗선 개입’ 의혹을 부추기는 부분이다. 만일 임 과장이 윗선의 지시 없이 임의로 자료 삭제가 가능했다면, 국정원 직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 더 큰 보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야당 쪽 정보위 간사인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삭제 권한(을 명시한)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국가기밀이라 규정을 밝힐 수가 없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 시스템이 미비한 것이냐’고 국정원에 물으니 “‘그렇다’는 게 우리가 들은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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