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 자살사건에 대한 현안보고를 위해 10일 오전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왼쪽)이 “소방본부가 주검 발견 직후 장소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느냐”는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동안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 의원은 소방본부가 주검 발견 당시 국정원의 압력을 받아 경찰 통보를 늦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
야당, 현장 훼손 가능성 추궁
“경찰 아닌 119에 신고하라고 해”
마티즈 차량 사건당일 가족에 넘겨
나흘 뒤 폐차 ‘사실상 방치’
폐차업체는 국정원 거래처
경찰·소방당국 의혹 부인
야당, 현장 훼손 가능성 추궁
“경찰 아닌 119에 신고하라고 해”
마티즈 차량 사건당일 가족에 넘겨
나흘 뒤 폐차 ‘사실상 방치’
폐차업체는 국정원 거래처
경찰·소방당국 의혹 부인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해 10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지난달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45)씨의 수색 현장에 국정원 직원이 경찰보다 먼저 도착해 현장을 훼손했을 가능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이날 야당 의원들의 질의와 경찰·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건 당일 소방대원들은 임씨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임씨의 직장 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과 세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 앞에 나타난 때는 그날 오전 11시10분께다. 이들은 서로 잠깐 대화를 나눈 뒤 각자 흩어져서 임씨를 찾아나섰다. 이후 오전 11시55분께 임씨의 주검을 발견한 소방당국은 국정원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국정원 직원은 8분 뒤인 낮 12시3분께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점검했다.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기 전이다.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건 당일 국정원 직원이 (낮 12시50분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보다 50분 먼저 임씨의 주검 상태와 마티즈 차량 등 현장을 살펴봤다”며 “경찰만 뒤늦게 따돌림을 당했는데 이런 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과 소방당국이 고의적으로 경찰의 현장 도착을 지연시켰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야당 안행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이 임씨의 배우자에게 (자택) 근처의 용인 동부경찰서가 아니라 동백119안전센터에 (실종) 신고를 하라고 한 것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배제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도 “경찰이 연락을 받고 (임씨의 사망) 현장에 도착하는 데 50분이나 걸렸다”며 “(수색 과정에서) 소방이 경찰에게 화산리 77번지라고 하는데 앞에 ‘산’자를 붙이지 않아 경찰이 현장에서 560m나 떨어진 곳으로 간다. 이는 단순히 실수라고 보여지지 않고 소방을 국정원이 장악하고 있어서 경찰을 이리저리 돌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임씨가 숨진 채 발견된 마티즈 차량을 사건 당일 유가족들에게 넘겨줘 나흘 뒤 폐차되도록 방치한 것도 사실상 국정원의 증거인멸을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승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유족인 (임씨의) 매형이 폐차를 의뢰해 진행한 타이어업체가 공교롭게도 국정원과 10여년간 거래를 해온 업체였던 것을 알았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경찰과 소방당국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은 “(임씨의) 회사 동료라고 밝힌 사람이 전화번호를 주면서 임씨를 발견하면 알려달라고 해서 소방대원이 통화를 한 것”이라며 “국정원 직원은 당시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도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색을 하다보면 동료 직원이나 가족과 함께 요구조자를 찾을 일이 생긴다”며 “당시 임씨의 동료 직원이 국정원 직원인 줄 몰라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소방대원과 8번이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갈 정도로 현장을 찾기 어려워 현장 도착이 지연된 것이지 경찰이 (수색과정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다”라며 “임씨 차량도 당일 현장감식이 끝나 더 이상 증거물이 될 수 없어 가족들에게 즉시 인계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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