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5년을 주기로 세상 일은 변하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3년차 오늘과 박근혜 정부의 3년차 오늘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궁금. 그래서 준비해봤다.
5년 전 ‘오늘’ 의 이야기.
■ 이명박 정권은 아날로그, 박근혜 정권은 디지털?
이인규씨는 엠비 정권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으로 근무했다. 공무원 감찰이 업무였지만 이 대통령 비판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민간인 김종익씨를 사찰했다. 방식은 매우 원시적이었다. 사무실로 찾아가 막무가내로 방을 뒤지고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 대표를 협박해 김씨를 그만두게 했다.
<피디수첩>의 보도로 폭로됐지만 이명박 정권과 검찰은 ‘꼬리 자르기’에 급급. 그렇게 ‘민간인 사찰’의 몸통으로 지목돼 기소된 이인규씨가 5년 전 오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법정에서 “김종익씨 사찰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진실을 말한 것. ‘나는 몸통이 아니라 깃털 중에 깃털’이라는 주장이었다.
(불법사찰 배후, 청와대로 ‘시선 이동’) 결국 엠비 정권의 수명이 다할 즈음에야 어렵사리 국무총리실에서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불법 사찰했고 이를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대통령, 민간인 사찰 ‘비선 라인’ 알고도 비호 )
엠비 정권의 아날로그적 사찰 방식은 박근혜 정권 들어 디지털로 진화하는 느낌이다. 국가정보원은 이탈리아 해킹팀의 ‘고객’이 됐고 카카오톡으로 접선하는 순진한 간첩을 잡기 위해 스파이웨어로 위장된 값싼 맛집 정보를 인터넷에 뿌렸다.
(국정원 해킹 사건 총정리 ) 카카오톡은 압수수색 영장이 아닌 감청 영장만으로 수사 기관에 개인의 대화 내용 일체를 건네주는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멈추겠다고 했지만... 1년 만에 슬그머니 검찰의 요청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카톡, 감청 협조 1년 만에 ‘백기’)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국정원 불법해킹사찰 대응 국민고발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번 고발은 단순히 국정원의 RCS 구매와 사용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만이 아닌, ‘국정원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보다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영원한 각하’ 전두환
적어도 그곳에선 ‘전두환’은 영원한 각하다. 2010년 팔순을 맞은 전씨는 10월9일부터 4박5일 동안 대구에서 머무르며 대구공고 동문체육대회에 참여했다. 11일엔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에 참가해 장세동씨 측근들과 골프를 치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체육대회에 참여하고 강연료 300만원을 받은 전씨는 이를 추징금으로 내는 ‘성의’를 보였지만 그의 미납 추징금은 1672억여원에서 줄지 않았다. 자신의 전재산 29만원의 10배가 넘는 300만원을 추징금으로 내고도 욕을 먹은 이유다.
(전비어천가 넘쳐났다) 3년 뒤 <한겨레>의 ‘전두환 재산찾기’ 크라우드 소싱으로 검찰은 전씨의 은닉 재산 추적에 나섰고 5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탈탈 털린 이후 외부 활동이 뜸했던 그는 최근 열린 대구공고 동문체육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환대는 여전했고 어떤 참석자는 “각하님, 점점 젊어지시는 것 같습니다”라며 환영했다.
(대구공고 체육대회 “열병식 보는듯” ) 다행이다. 그에게는 아직 죽기 전에 국가에 내야 할 추징금 1천억원이 남아있다.
■ 헬조선의 주거난
2.4%. 이명박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2010년에 공공 부문 임대주택 10만2635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그해 1월부터 8월까지 건설된 공공 임대주택은 고작 2491가구(2.4%)였다.
(‘전셋값 급등’ 원인 있었다) 안정적인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이 확 줄어드니 전셋값이 치솟을 수밖에. 9월30일 발표된 KB국민은행의 주택 매매·전세 시장 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4.76%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 4.36%를 이미 뛰어넘었다. 이건 2015년 상황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